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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호승 칼럼> 말의 힘은 참 무섭다 |
2020년10월13일(Tue) |
| 양호승 전광일보 발행인 |
‘침묵은 금, 말은 은’
쓸 데 없는 말을 하는 것 보다는 가만히 있는 게 낫다는 교훈이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다’라든지, ‘말조심 해라’하는 어른들의 주의를 많이 들으며 자라왔다. 특히 어른들이 얘기할 때 말 참견하는 것은 절대로 금지시켰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누구를 추천할 때면 ‘말 없이 자기 일만 하는 사람’은 높이 평가한다.
벙어리 3년도 어려운 노릇이지만 귀머거리 3년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익살과 비꼬기로 유명한 영국의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작품에 소위 훌륭한 하인상으로 그려진 어떤 청년이 있다. 주인이 피아노를 치다가 나와, “자네 내가 치는 피아노 소리 들었지”하고 묻자, 이 청년은 “실례가 될까봐서 듣지 않았습니다”라고 공손히 대답한다. 주인이 손님들과 담소하는 것을 듣고 시중을 들던 하인이 끼득끼득 웃었다가는 큰일난다. 이들은 주인이 묻는 말에나 대답하고 시키는 일만 묵묵히 하면 된다. 그 이외의 말소리에는 전연 귀를 기울여서는 안된다. 들을 것만 듣고 나머지에는 귀머거리가 되어야 한다.
인생을 무대로 본 작가는 세익스피어만은 아니었다. 우리는 실생활에, 방백이나 ‘무대위의 속삭임’이 있는 것을 안다.
사람들은 모여 있을 때 귀엣말을 한다. 자기가 들은 말을 옆 사람에게 옮기다 보면, 끝에 가서 엉뚱한 말로 변해버리는 것을 알 수 있다. 말을 옮기는 동안에 각자의 주관・선입견 등이 가미된 것이다. 귀엣말로 안하고 공개적으로 했더라면 그렇게까지 변질되지 않았을 것이, 속삭이는 바람에 이상하게 되어 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리저리 추측을 해 보고, 말은 꼬리를 물고 떠들게 된다.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된다는 속담 중에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와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가 있다. 역시 침묵이 말보다 낫다는 말들이다. 한편, ‘말은 해야 맛이고, 고기는 씹어야 맛이다’하는 것이 있다. 때에 따라서는 ‘침묵이 은이고, 말이 금’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람에게는 이상한 속성이 있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사실을 그냥 속에 담아두지 못한다. 선생이라는 직업부터 그런 것이다. 아는 게 많은 사람도, 적은 사람도 자기가 아는 만큼을 쏟아 놓지 않으면 못 견디는 것이다. 그래서 아마 옛 어른들이 ‘모르는 게 약이다’라든지, ‘아는 게 병이다’라고 타일렀는지도 모른다. 모르면 입다물고 있으련만, 좀 안다고 자꾸 누구에게 전해주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아는 게 힘이다’라는 정반대되는 가르침도 있다. 안다는 사실은 병이 될 수도 있고, 힘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알아도 모르는 체, 몰라도 아는 체 하는 생활 철학을 지니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무엇을 알게 되는 것은 눈을 통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 귀로 들어 알게 되므로 역시 말과 관계되는 속담들이다.
우리 시대에 맞는 격언과도 같이 들리는 PR이란 ‘피할 것은 피하고 알릴 것은 알리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알릴 것과 피할 것을 적당히 조정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다.
말의 힘은 참 무섭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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