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지난 4월 북측이 일방적으로 문을 닫은 개성공단의 정상화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양측은 지난 7일 새벽 끝난 당국 간 실무회담에서 10일부터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공장 설비를 점검·정비하고 완제품과 원자재를 반출하도록 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개성공단은 석 달 남짓 만에 다시 열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가 가장 중요한 의제로 내세운 ‘재발 방지’는 10일 정상화를 위한 후속회담에서 논의하기로 해 숙제로 남았다. 개성공단 가동을 북한이 일방적으로 중단시킨 지 90일이 지났다. 장마철에 공장 설비가 크게 훼손될 위기에서 남북 당국이 공단 재가동 목표에 합의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최소 수준으로 유지되던 전력 공급을 정상화하고 공장을 재가동하는 데 적어도 2~4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북한 측 통행 제한과 공단 폐쇄 같은 일방적인 조치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다. 남북 당국은 10일 후속 회담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예정인데 공단 가동 중단에 대한 책임과 처리에 대한 양측 의견 차이가 커 또다시 회담이 결렬될 수도 있다.
북한이 4월 3일 남측 기업인에 대해 개성공단 출입을 막고 4월 9일 북측 근로자 5만3천명을 철수시킨 것은 남북 간에 체결한 각종 투자보장 합의를 위반한 도발이다. 2005년 발효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 출입ㆍ체류 합의서’와 2000년 서명한 ‘남북 사이 투자 보장에 관한 합의서’를 어긴 행동이다.
이제 북한 측 책임 있는 당국자의 재발 방지 약속과 함께 향후 이런 일이 또 발생했을 때 피해 보상을 어떻게 할지 분명한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은 납품계약 위반 등으로 신용에 큰 타격을 받은 상태다. 이들이 거래처와 신용을 회복하고 사업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도 북한 측 재발 방지 대책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개성공단 ‘발전적인 정상화’가 단순히 공장을 재가동하는 것이어선 안 된다. 과거와 다른 대책과 합의를 마련해 남북경협에서 정경 분리 원칙을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북한은 이번 기회에 국제 투자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투자보장ㆍ피해보상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나진ㆍ선봉과 신의주 등에 추진 중인 경제특구도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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