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생각 없이 드러내는 표현 하나가 특정사회의 제반현상과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고, 혹은 반대로 그 표현으로 인해 그 사회에 특유의 문화를 반영시킬 수도 있다.
가령 한 예로 ‘틀리다’와 ‘다르다’를 볼 수 있다. 사전적 의미로 볼 때 틀리다는 「(사람이나 그 태도 따위가) 올바르지 못하고 비뚤어지다.」, 다르다는 「서로 같지 않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이를 정확히 가려 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단순한 단어 혼용에 대한 과도한 지적일지는 모르나 복잡하고 촘촘한 사회 구조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만큼 그저 단순하게 넘길 일은 아닌 듯하다.
단순히 말의 혼용이 아닌 나와 다른 사람들은 무조건 틀리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이 문제로 ‘나는 맞고 너는 틀렸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대부분이었던 탓인지 다르다와 틀리다의 사용은 논란이 된 동시에 사람들의 인식의 제고가 될 기회를 주었다.
논란이 된 내용은 더 확대해석 되어 틀리다와 다르다는 생각의 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에 맞는 사고방식과 더불어 행동양식도 함께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와 조금이라도 다르면 틀린 놈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상대방을 적으로 대하며, 객관적 기준과 권위가 부재하니 다들 자기가 기준이 되어 서로를 삿대질하는 데 익숙해지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진 사회가 될수록 이러한 ‘틀리다’는 ‘차별’로 이어지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모든 존재에 대해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나를 중심에 두면 상대방은 틀리고 상대방을 중심에 두면 다르다.
이러한 다르다와 틀리다의 논란은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가는 듯하다. 이런 논란이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올바른 표현을 쓰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람과의 관계 중 ‘틀리다’에서 ‘다르다’로 넘어가면서 상대의 취향에 대한 존중이 생기고 있다.
이전에는 나와 같지 않다면 너는 나와 틀리기 때문에 잘못됐다는 다소 딱딱한 관념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왔다면 점점 나와 다르지만 틀린 것은 아니라는 인식이 퍼져가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아직도 보편화 되어 있지 않아 틀리기 때문에 나만 옳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욱 생겨나고 공감하는 현상은 앞으로 좀 더 상대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회가 다가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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