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부터 성(性)범죄와 관련된 친고죄가 폐지됐다. 피해자 고소가 있어야 수사했던 성범죄를 일반 범죄처럼 제3자의 신고나 수사관의 인지로도 곧바로 수사를 개시하고, 피해자와 합의해도 가해자는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이는 참 잘한 일이다.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해 처벌을 못하는 억울함이 많이 사라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만강의 사의를 표한다.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으로 성적문란이 있어서는 안되는 까닭이다.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거나 나중에 고소를 취하하면 성범죄자를 처벌할 수 없도록 규정한 친고죄 조항이 60년 만에 전면 폐지되고 이런 내용의 성범죄 처벌법 개정안이 19일부터 시행됐다.
국내 형법은 1953년 9월 제정 때부터 성범죄에 대해 친고죄 조항을 뒀다. 피해자인 여성의 명예와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명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성범죄는 사회적 범죄라기보다 개인 문제로 여겨졌다. 가해자들이 재판에 넘겨진다 하더라도 1심선고 전까지 협의가 이뤄지면 전과기록이 남지 않는다. 가해자들이 돈으로 합의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을 협박하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친고죄 폐지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과거 우리 사회는 성범죄를 개인의 성적 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로 인식했다.
또 여성의 정조 상실을 큰 타격으로 생각해 오히려 피해자의 프라이버시를 지킨다는 명목으로 친고죄를 유지한 측면이 있다.
또 성범죄는 권력 남용 범죄의 측면이 있다. 대부분 직장이나 조직 내 성범죄는 우월한 직위의 상사가 저항하기 힘든 하급자를 상대로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또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가해자가 남성이 아닌 상급여성이 되는 경우도 생겼다.
최근 모 예술종합학교에서는 여교수가 남자 제자들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성추행해 온 사실이 문제가 되어 해임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개정된 법에서는 대상을 ‘부녀자’가 아닌 ‘사람’으로 바꿔 남성도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시했다.
이번 친고죄 폐지는 이 같은 사회풍토와 인식의 변화를 반영해 법이 뒤따라간 경우라 하겠다. 이번 개정된 형법의 시행은 그동안 강력한 성범죄 처단을 어렵게 했던 걸림돌 하나를 제거한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남아 있다. 성(性)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경남 중소도시의 경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53.8%)이 성폭력은 여성의 심한 노출 때문에 일어난다고 대답했다. 술 취한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경우 여성 책임이라는 응답도 37%였다. 이는 응답한 경찰관의 문제라기 보다 남성들의 성적 본능 발현 자체를 관대하게 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성적 상상과 본능을 입에 담고, 충돌을 절제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잘먹고 놀기만 하지 말고, 많은 독서를 통해 리비도(Libido)를 잘 승화시켜야 한다.
“오늘 배우지 않으면서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고, 올해 배우지 않으면서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세월은 흐르고 시간은 나를 위해 연장되지 않는다. 아아! 늙었다 할때, 이것은 누구의 허물이겠는가?” 이 글은 송대 성리학의 대성자 주희의 권학문이다.
여기서는 공부함에 있어 시간의 귀중함을 강조하고 있다. 시간을 아껴 공부하면 절로 리비도도 승화되리라고 본다. 우리는 남녀를 막론하고 옷을 좀 길게 입어야 한다. 옷이 짧은 건 예의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성범죄를 줄이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 사회의 성문제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과 전향적 성문화가가 정착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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