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의 굳건함을 과시’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조바심 내지는 우려가 엉켜 있다. 이번 방미 기간에 터져 나온 청와대 전 대변인의 한인 인턴 성추행 사건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옥의 티’라고 본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사과한 데 이어 4박 6일의 미국 방문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나라의 안보와 경제에 대해 국민의 걱정이 큰 상황에서 한·미 양국의 신(新) 정부가 앞으로 몇년간 지속할 공조의 기반을 마련하고, 그 틀을 짜는 중요한 시점이어서 상당히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임했다”며 “다행히도 큰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우아하면서도 강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 박근혜 대통령 미국 방문의 하이라이트는 정상회담과 상하원 합동연설이었다. 특히 전임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한 나라의 정상이 연속적으로 합동연설을 한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미국에 얼마나 중요한 나라인지를 잘 보여준 셈이다.
대부분 언론과 전문가들이 평가하듯이 이번 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기대 이상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볼수 있다. 무엇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개인적 신뢰를 쌓고 대북정책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상호이해를 통해 향후 4년간 긴밀히 협조할 기반을 만든 것은 매우 중요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정상회담을 통해 박 대통령이 주창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이해와 협조를 얻은 것은 큰 소득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인도적 지원은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해나가고, 점진적 교류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축적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평화와 평화통일의 기반을 구축한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꾸준히 형성되어온 ‘한국 주도론’을 일단은 미국이 수용한 것으로 볼수 있으며, 북한과 동북아 문제에서 한국의 역할 공간을 만든 것은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한·미 동맹의 비전을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고 동북아와 지구촌의 평화와 변영으로까지 확장한 것은 한국의 국격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미국의 원조를 받던 최빈국이 60년 만에 국제사회에 도움을 주는 나라가 됐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의 발로였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6차례의 기립박수를 포함해 40여 차례의 박수를 받았다. 그것은 박 대통령 개인에 대한 박수라기보다 그를 대통령으로 뽑아준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박수가 아닌가 싶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뽑아준 국민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더 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당장 개성공단 문제부터 어떻게 풀고, 지금처럼 남북관계가 꽉 막힌 상태에서 어떻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시동을 걸지 박 대통령은 국민 앞에 구체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다음달로 예정된 중국 방문에서 북한 핵을 포함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어떤 얘기를 나눌지도 고민해야 한다. 북핵 문제는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함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이 오판을 계속할 경우 정밀타격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고, 그들의 운명은 풍전등화(風前燈火)와 같을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나아가 평화통일의 기반 구축을 위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야 할 구체적 액션플랜도 준비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청와대 비서실 안에서 ‘제2의 대변인’으로 다시 문제가 될만한 참모가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청와대 기강 확립에 정권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60년 드라마의 한쪽 연출자는 한국이다. 동북아 질서를 설계하는 주인의식이 다져져야 한다. 박 대통령 외교는 전력적 사고와 상상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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