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보여준 북한이 두 차례나 불안전한 핵실험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한국원자력계는 듣도 보도 못한 방법으로 우라늄을 농축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였다. 1990년대 초 한국원자력연구소의 분광학팀은 원전제어에 필요한 가돌리늄을 레이저로 분리하는 연구를 했다.
가돌리늄은 회규금속으로 중성자를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원자로의 제어봉은 핵분열을 일으키는 중성자를 흡수하는 감속재를 담고 있다. 감속재로는 흑연 등을 사용하는데 흑연은 불이 잘 붙는다는 약점이 있다.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하려면 안전한 감속재를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감속재 대상으로 주목받은 것이 가돌리늄이다. 레이저는 불순물을 녹이는 기술을 할 수 있다. 한국 원자력연구소의 분광학팀은 가돌리늄에 레이저를 쏴 불순물을 없앰으로서 순도를 높여 보기로 했는데 이것은 가돌리늄 농축에 해당한다.
레이저를 이용해 가돌리늄의 농도를 올리는 농축은 프랑스에서 먼저 연구 했으나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돼 포기했었다. 한국원자력연구소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해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1998년 한국원자력연구소는 가돌리늄 레이저 분리시설을 완성하고 2000년 초 가돌리늄 농축을 시도했다. 그런데 프랑스와 같이 경제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 이 시설을 폐기하기로 했으나 폐기하기 직전 이 장비를 이용해 우라늄 농축이 가능한지 시험해 보기로 했다. 레이저를 이용해 우라늄235만 남기고 나머지는 제거해 보기로 한 것이다.
한국원자력연구소에는 오래전부터 보관해 오던 우라늄덩어리가 있었다. 이 우라늄덩어리를 놓고 실험한 것인데 놀라울 정도로 농축이 잘돼 20%로 농축한 우라늄의 무게는 0.2그램에 불과하였다. 우라늄농축은 국제적인 아주 예민한 문제이다.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90%의 농축도도 아니고 임계질량도 채우지 못한 것이었지만 국제원자력기구 IAEA의 승인을 받지 않고 우라늄을 농축했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었다.
때문에 우리나라는 2004년 이 사실을 국제원자력기구에 자진 신고해 사찰을 받기도 했다. 북한이 두 차례의 핵실험 와중에 터져 나온 이 사건은 국내외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한국원자력연구소가 0.2그램이기는 하지만 우라늄농축을 했다는 것이 확인되자 노무현 정부는 당황에 국제안전보장회의를 여러 차례 열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즉시 특별사찰을 실시했다. 하지만 사찰결과는 한국원자력연구소가 자진 신고한 내용과 사실이 일치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그 해 9월 18일 우리나라는 통일, 외교통상, 과학기술부 등 3장관이 합동으로 한국은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보유할 의사가 없다는 내용을 담은 원자력 평화적 이용에 관한 원칙을 발표했다. 그리고 10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부설기관으로 국가원자력통제소를 만들어 원자력기술을 평화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감시하는 일을 맡겼다.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은 우리나라도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간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사건이후 국제원자력기구는 한국원자력연구소는 물론이고 국방과학연구소까지도 특별사찰하기 시작했다. 국제원자력기구사찰관은 목적지를 밝히지 않고 인천공항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바로 임대한 차를 타고 그들이 생각해 두었던 곳으로 달려가 사찰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별사찰을 받은 쪽은 전혀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찰관을 맞으니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핵개발을 추진하며 이렇게 불시에 추진되는 특별사찰을 받을 수 없다고 했으나 우리나라는 순순히 응했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을 평화목적으로 사용한다는 의지가 있고, 북한은 평화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있다.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하려면 한미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하는데 아직 미국은 한국을 요시찰대상국으로 보고 있어 협정개정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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