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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칼럼>궁궐에 담긴 뜻 |
2013년05월15일(Wed) |
| 안용호 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1392년 7월 17일 개경 수창궁에서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는 고려의 옛것을 고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기 위해 한양으로 도읍을 옮긴다. 태조가 한양을 도읍으로 정한 이유는 권문세족인 구세력과 태조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는 개성을 피하고 새로운 나라에 대한 백성들의 기대와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서였다.
경복궁은 태조 3년, 1394년 10월에 도읍을 옮기고 공사를 시작하여 1395년 9월에 완공한다. 태조는 정도전에게 궁궐의 이름을 짓도록 하였다. 정도전은 시경 주아의 한 구절인 “이미 술에 취하고 이미 덕에 배불렀으니 군자 만년에 큰 복이 있으리라”에서 경복을 따 경복궁이라고 하였다고 고한다.
임진왜란으로 불탄 경복궁은 1865년에 중건되었으나 1910년 일제 강점 후 훼손된다. 안타까운 것은 왕의 사진이나 그림을 모시던 선원전이 이토히로부미의 명복을 빌기 위한 사찰인 박문사를 짓는데 활용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다음 도성의 사대문 이름을 지을 때에는 오행사상이 적용되었다. 동대문은 흥인지문, 서대문은 돈의문, 북대문은 숙정문, 남대문은 숭례문, 그리고 서울 중앙에 있는 종각의 이름은 보신각으로 지었다.
경복궁은 북악산부터 교태전, 강녕전, 사정전, 근정전, 광화문에 이르기까지 일직선상에 놓여있다. 그런데 경복궁에도 음양오행사상이 반영되었다. 먼저 궁성 문부터 살펴보면 동쪽에는 봄을 뜻하는 건춘문, 서쪽에는 가을을 뜻하는 영추문이 서로 마주보고 있다. 방위에 맞게 계절을 적용시킨 것을 알 수 있다. 근정문의 좌우 협문에는 음양의 조화를 이룬 일화문과 월화문이 있다. 이렇게 문 이름에도 음양의 조화를 맞추었다.
또 궁전 전각 중 으뜸인 근정전에 계신 왕을 지켜주기 위해 근정전 주변에 좌청룡, 우백호, 전주작, 후현무의 사신을 배치하였고, 중앙에는 왕의 상징인 황룡이 여의주를 희롱하고 있다.
왕의 침전이자 왕의 일상생활을 하던 강녕전으로 들어서는 문의 이름은 향오이다. 향오의 오는 오행을 상징하고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에 들어가는 문인 양의문의 양의는 음과 양을 상징한다. 왕과 왕비의 침전인 강녕전과 교태전이 음양오행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어느 것이나 깊은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광화문은 경복궁의 정문이다. 들어가기 전에 ‘해태’를 볼 수 있다. 해태는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안다는 상징의 동물이다. 해태가 담고 있는 뜻은 궁궐로 들어가려는 관원들에게 강직함과 의로움을 요구하는 상징물로 궁궐에 거처하는 왕이 성군임을 칭송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실제로 조정의 신하들이 광화문을 드나들 때에는 이 해태 꼬리를 쓰다듬으며 마음을 가다듬는 관행이 있었다고 한다.
광화문의 이름도 태조 때에는 오문이라고 하였다. 오문은 올바름을 뜻하였으나 세종 때 광화문으로 바뀐다. 광화문은 ‘광피사표 화급만방’으로 나라의 위엄과 문화를 널리 만방에 보여준다는 뜻이 담겨있다.
광화문을 보면 3개의 무지개 문을 냈는데 가운데 것은 어문, 좌우 문을 협문이라 하였다. 어문은 왕과 왕비만 출입할 수 있었고, 동협문은 문관, 서협문은 무관만 출입할 수 있었다. 또 어문으로 들어가는 천장에는 남쪽의 수호신인 주작이, 문관이 드나들던 동협문 천장에는 구름 속을 거니는 천마가, 무신이 드나들던 서협문의 천장에는 거북이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제 아무리 사악한 것이라도 경복궁 안으로 함부로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일제는 조선왕조의 권위와 정통성을 훼손하고 능멸하기 위해 조선총독부를 경복궁 안 근정전 바로 옆에 세운다. 그리고 관악산이 아닌 남산을 바라보게 하였다. 남산에는 일제가 세운 조선 신궁이 있었는데 이 신궁은 일본의 조상신과 일왕을 모신 신전으로 조선을 일왕의 백성으로 만들려는 목적에서 지었는데, 경복궁의 축선을 비틀어 조선 신궁을 바라보게 함으로써 조선 민족의 정통성의 정기를 훼손하려 한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아니 끔직한 일이다.
사악한 것들로부터 물길을 비키기 위한 영제교의 ‘서수’, 천원 지방 사상을 반영한 동족 행각 기둥의 주춧돌, 의미심장한 용문루와 용무루, 답도의 봉황, 상원대 남쪽에 있던 드므, 왕이 부지런히 정사를 하라는 의미로 정도전이 지은 근정전, 사정전 뒤의 일월오봉병, 사정전 어좌 위에 있는 운룡도, 사정전은 원기둥이고 만춘전과 춘추전은 사각기둥, 경회루 36궁, 건강하고 편안하라는 왕의 침실 강녕전,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루라는 뜻을 지닌 교태전 등 곳곳에 담겨진 깊고도 깊은 뜻, 오늘에 되살려 정치에 반영했으면 하는 마음 가득하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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