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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칼럼>일제고사 |
2013년05월01일(Wed) |
| 안용호 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2013학년도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가 오는 6월 25일 실시된다. 그런데 지난 23일 교육부는 초등학교의 성취도 평가는 폐지하고, 전국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생만 일제고사를 보겠다고 밝혔다. 또 중학교의 시험과목은 원래 다섯 과목에서 과학, 사회를 제외하고 국어, 영어, 수학 3개 과목만 본다고 밝혔다.
게다가 교육 본래의 본질을 외면한 학습부진학생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시행하는 일제고사에서 예산 배정마저 제외시킴으로써 본래의 취지마저 퇴색시켜 버렸다.
교육부 예산을 보면 학생부진학생을 돕던 인턴교사 지원비는 아예 없어졌다. 기초학력미달학생 비율이 많은 학교에 지원하는 학력향상형 창의경영학교 예산도 대폭 줄여버렸다. 무엇보다도 일제고사의 들쭉날쭉 시행 결과로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혼란이 가중되면서 ‘0교시’ 수업과 야간자율학습이 강제로 이루어지며, 문제풀이식 지겨운 수업이 계속되고 있다.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평가는 수업의 과정이지 결과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생각과는 다르게 결과적으로 결과 중심의 서열 매기기에 주력함으로써 의문을 개진하고, 찾아보며 토론하고 사고하는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도록 막아버린 결과가 되었다.
여기서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일제고사 제도의 변경과 혼란을 짚어 보도록 하겠다. 2008년 5월 정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시행 방침을 발표하면서 학습부진 실태 파악을 위해 전체의 3% 인원만 평가하던 것을 전체 학생 평가로 확대하였다. 그러면서 말로는 교육청과 학교의 자율적 참여라고 하면서 평가 결과는 3～5% 대상을 정해서 공개한다고 하였다.
더 놀라운 것은 교육부가 갑자기 12월에 일제고사 방침을 변경한 것이다. 자율적 참여는 강제사항으로, 표집공개는 전체 공개로 바꾸었다. 그러면서 덧붙인 내용이 학교, 학생 거부권은 알 권리와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므로 불허한다는 것이다.
그 후 2009년 10월 초3 시험을 없애고, 초6, 중3, 고1을 대상으로 일제고사를 실시하였다. 초등 3학년의 평가는 평생학습의 차원에서 10년 연구를 거쳐 기초학습이 끝나는 시점에서 진단평가 성격으로 실시하는 아주 중요한 평가이다. 그런데 이것을 책상 위에서 즉흥적으로 없애버린 것이다.
그 다음해인 2010년 7월에는 일제고사 반영 방침 변화를 다시 예고한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시도교육청 평가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본래 시도교육청 평가는 교육부의 일선교육청 관리 차원 성격이 더 깊다고 우려해 온 터에 시도교육청평가에 반영한다니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그리고 그해 7월 초6, 중3, 고2 일제고사를 실시하였다.
고교 평가의 과목수를 줄인다고 하면서 2011년 2월 교육부는 고교 학교별 향상도를 시도교육청 평가 지표에 반영한다고 발표하고, 7월 초6, 중3, 고2 일제고사를 치뤘다. 그리고는 2011년 12월 학교별 향상도를 중학교까지 확대해 공시했다.
화장실만 갔다 오면 바뀌는 교육부 방침에, 교육을 모르는 사람이 수장이 되니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자조의 말이 회자되었다. 2012년 6월 초6, 중3, 고2 일제고사가 또 6월로 바뀌어 실시되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장관까지 바뀌니 교육이 바뀔 것이라는 일선교육현장의 바람과는 다르게 2013년 4월 올해부터 초등학교 일제고사는 없애고, 8월 말부터 9월 초에 학생들에게 통지하고 11월에 학교별로 3단계 학생 비율을 공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13년 6월 25일 중3, 고2 일제고사를 치루겠다고 한다. 거기다 중학교는 과학, 사회는 안 보고 3과목만 보면서.
본래 교육 평가는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진단평가, 형성평가, 총괄평가 모두 조심해야 한다. 사실 지필평가로는 학교학습의 결과를 재는 데 한계가 있다. 더구나 4지 선다형으로 본 일제고사를 시도교육청이나 학교교육활동의 지표로 삼겠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교육의 무지에서 오는 소치다.
초등학교 6학년의 경우 중학교의 교육을 받는데 지적, 정의적, 신체적으로 어디가 문제인가를 진단하는 성격이 짙었다. 초3과 초6을 없애고 중2의 과목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것은 수많은 학생을 죽이는 것과 다름이 없다.
더구나 교육청에서 일제고사 학교 순위표(?)를 내려 보내는 일은 학교 교육을 망치는 일이다. 필자는 서울대를 간다는 명분 하에 고교 3년 동안 음악, 미술 교육을 제대로 받아 본 적이 없다. 교육 평가의 부작용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광주시 교육청에서 실시했던 초 1학년 받아쓰기는 교육과정 파행 운영은 물론 눈이 나빠지는 부작용까지 있어서 패지되었다. 전남도 교육청에서 실시했던 학력향상프로젝트 역시 그 부작용이 너무 심했다.
교육을 걱정하고 잘되기를 바란다면 가만히 놔두자. 익기를 기다리자. 선생님을 믿고 학교에 자율권을 주자. 교육은 학교만이 변화시킬 수 있고 그 변화의 주역은 선생님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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