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생기 완성한 소생의 계절이다. 짙은 황사에 요 며칠 봄볕의 따사로움을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오늘도 맑은 하늘을 눈부시게 바라보니 봄기운을 시샘하는 날씨가 구름을 몰고 오고 바람을 일게 하여 변덕이 심하다. 길가 가로수 잎들이 손을 내 밀면서 계절의 왕성함을 알리는 벚꽃, 개나리가 자신의 고유한 색을 뽐내고 공기마저 싱긋한 향기로 물이 들었다.
이맘 때 쯤에 집안을 가꾸기 위해 화단과 화분에 씨를 뿌리고 모종을 한다. 씨앗이 싹트고 잎이 자라고 마침내 꽃과 열매가 맺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지만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기까지는 가꾸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화초는 정성과 영양공급을 원활하게 하여 좋은 꽃과 열매를 맺는 반면 씨만 뿌리고 제대로 가꾸지 않아 볼품없는 꽃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이는 자신이 처한 위치와 맡은 일에 노력과 정성을 다하면 마침내 좋은 결실을 맺게 될 수 있지만 자신의 위치를 과시하고 노력 없이 주변의 힘과 배경으로만 좋은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비록 꽃은 피우되 금방 시들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부실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리는 타인에게 무엇을 해주기보다 타인에게 편의를 제공받기를 원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손해보는 일을 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다반사이겠지만 때로는 자신의 손해가 다수의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면 자신의 이득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수의 모종을 심으면 어울려 살 수는 있겠지만 모종 하나하나는 튼튼하게 자라지 못한다.
그래서 전체를 위해서 몇몇 모종을 속아내는 결단을 해야 한다. 뽑혀나가는 하나의 모종도 식물로서의 가치는 지니고 있지만 더 많은 꽃과 열매를 위해서는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결과에 어쩌면 승복할지도 모른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개인의 이득과 편리를 위해서 타인의 생각과 눈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을 위해서라면 손발을 벗고 나서지만 공공의 이익에는 방관하기 일쑤다. 그러다가 어떠한 제재를 당하면 자신의 과오는 생각하지 않고 온갖 불만과 볼멘소리를 하고‘다른 사람 다하는데 왜 나만 당해야 하는가’하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기에 바쁘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개인의 돌출적인 행동은 여러 사람의 시각에 각인될 수는 있겠지만 그 사람의 행동 여하에 따라 많은 인식을 달리한다. 화초 중에 키 크고 튼튼한 모종은 더 많은 손길이 가는 반면 아무리 튼튼하고 뿌리가 깊어도 잡초는 뽑혀나가는 이치다.
화분을 하나 구입해 보자. 빈 화분에 자갈을 깔고 거름과 흙을 채우고 자신이 바라는 모종을 심어보자. 그 모종에 정성으로 물을 주고 사랑으로 영양을 공급하여 훗날 피워질 꽃에 대해 기대를 갖자. 맺어질 열매 또한 희망으로 간직하자. 화초를 가꾸는 자의 마음은 꽃과 열매를 보기 위함으로 이는 미래에 있을 꿈과 희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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