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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마을 이야기 |
2013년04월11일(Thu) |
| 안용호 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우리 동네 이름은 ‘마감동’이었다. 왜 마감동이라고 했을까? 궁금하던 차 할머니께서 말씀해 주셨다. 우리 동네는 산에 올라가서 보면 말이 달리는 형국이라 ‘마감동’이라고 했다는 말씀이셨다.
이어서 만현 스님이 우리 집에서 서남쪽으로 보이는 불갑사에 대하여 이야기해 주셨다. 백제시대에 인도의 고승 마라난타가 배를 타고 법성포를 통해 불교를 처음 전하셨고, 이 산에다 절을 짓고 불갑사라 이름지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봉우리는 연실봉이라 부른다고 했다.
그 후 교장이 되었을 때 교장실을 찾아 온 광주매일신문 김옥경 기자로부터 밀재의 유래에 대하여 들었다. 밀재는 불갑산 앞 쪽에 수양산이 있는데 수양산 중턱을 지나 영광으로 넘어가는 고개이다. 밀재라는 말은 여름에 매미가 아주 많아서 나그네의 귀를 즐겁게 해 주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매미의 전라도 사투리인 ‘밀래미재’ ‘밀래미재’라고 부른데서 연유했다고 한다. 밀재는 내가 어렸을 때는 눈이 2-3cm만 와도 교통이 끊기는 폭설상습 교통두절 구간으로 악명 높았다.
우연히 월야 5일장에 갔다가 친구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학교에 대한 이야기,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 등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불갑사와 밀재 그리고 마을 이름의 유래까지 이야기가 되었다. 집에 와서 책 나라로 들어가 보니 땅이름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서울의 은평구 ‘역촌동’은 왜 역촌동이라고 했을까? 역촌동은 조선 시대 한양에서 신의주로 가는 길가의 연서역이 있던 역마을이라 역촌이라고 하였다고 한다. 인조가 반정을 하면서 경기방어사를 겸임하고 있던 이서를 늦게 맞이했다고 해서 연서천이라고 불렀다고 하는 대목에서는 묘한 감정이 일었다. 서울의 은평구 역천동 외에 역삼동, 역곡동, 양재역, 구파발, 조치원, 사리원 등 제도는 죽어도 땅이름은 남는다는 듯 아직도 그 이름이 여러 곳에 있다.
‘말죽거리’라는 이름도 재미가 있다. 1624년 이괄이 반란을 일으키자 인조는 황급히 한양을 빠져나와 남도지방으로 피난을 가게 되었다. 임금이 말죽거리에 이르자 유생들이 급히 팥죽을 쑤어 바치니 임금은 말에서 내릴 틈도 없이 말 위에서 죽을 마시고 부랴부랴 과천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의 ‘장승백이’는 길의 이수를 표시하는 장승이 섰던 고개이름이다. 장승은 사찰의 경계 포시와 이정표 구실도 하였다. 마을 앞의 장승은 마을의 수호신 구실과 민속신앙의 주역 구실까지 하였다. 팔도 장승을 총괄하는 대통령격이 노량진 장승백이에 있는 '대방장승'이다. 대방동이라는 땅이름도 이에서 생겨났다는 것이다.
‘종로’는 종루가 있던 자리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조선 초 정도전은 한양의 성문과 중앙의 종루 이름을 사람이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도리, 즉 인, 의, 예, 지, 신의 오상을 따서 붙였다. 그리하여 홍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홍지문, 보신각이란 이름을 지었다. 보신각은 큰 종을 매달아 놓은 누각으로 종로 네거리에 있었다.
그 외 ‘수표교’는 세종 때 청계천의 수위를 측정하기 위해 수표를 설치한 것이 연유되어 이름이 되었고, ‘사직동’은 사직단이 있었던 곳으로 일제는 이 사직단을 우리나라 민족정기를 파기하고자 이를 허물고 공원을 만들기도 하였다. ‘잠실’은 뽕나무 밭이 있었다고 하여 잠실리라고 불렸다고 한다. 그 이름마다 유래가 있음에 놀라게 된다.
책 나라로 더 들어가 보니 예언성의 땅이름이 있어 눈길을 끈다. 땅이름이 우연히 그 글자의 뜻과 현실에서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아주 많은 것을 본다.
‘수풍댐’은 64만KW로 당시 동양 최대의 시설을 가지고 있었는데 댐이 있는 것이 수풍동이었으니 신비로운 일이라고 하겠다. 안동시 임하면의 임하댐은 자리에 망천리가 있는데 망천리는 내를 엮는다는 뜻으로 땅이름이 현실로 된 것이다.
이외에 평화의 댐의 비수구미리와 임실 옥정리의 옥정, 충주댐과 한수, 용담댐의 용모양, 청주 비행장과 비하리, ‘신비로운 빛’이라는 영광의 원자력발전소, 광양의 쇠섬 등 아주 많다.
땅이름은 어떤 특정한 토지에 붙여진 고유명사로써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소망과 의식이 담겨 있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이다.
땅이름은 우리민족과 함께 호흡하며 전승돼 왔다. 가장 향토적인 것이 가장 민족적인 것이며,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처럼, 땅이름을 통해서 우리 선조들의 역사와 문화의 변천, 민족의 이동과 외래문화의 접촉, 사고방식의 변천과 생활의 꿈 등을 찾아내어 올바르게 전승 발전시키자.[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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