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접대 의혹에 대한 사회적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경찰수사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사건을 수사한 지 열흘만에야 현장 압수수색과 계좌추적에 나섰다. 경찰은 성 접대 동영상 속 인물이 누구인지를 확인하느라 현장수사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 국민들의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출처불명 제2, 제3의‘성 접대 리스트’까지 인터넷에 떠돌아 거명된 사람은 물론 그 가족의 인격을 파괴시키고 있다.
또한 경찰의 공회전 수사는 자칫 증거조작이나 인멸의 우려까지 낳았다. 이런 상황에서 성 접대 동영상 파문에 휩쓸려 사퇴한 김학의 전 법무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을 둘러싼 검·경의 갈등은 눈살을 더 찌푸리게 한다.‘성 접대’ 동영상의 주인공을 밝히거나 아방궁 별장을 알리는 게 수사의 최종목표는 아니다.
건설업자와 고위공직자들의 유착으로 인한 대가성 돈거래나 특혜·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가 사건의 본질이다. 이번 성 접대 수사는 인격살인 없도록 엄정한 수사로 업자와 고위공직자의 불법·비리를 파헤치고 억울한 누명을 쓴 사람이 있다면 명예회복의 길을 열어 줘야 할 것이다. 특히 경찰은 권력층이나 여론의 눈치를 보거나 은밀히 다른 의도로 증거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관심을 끈 사건 ‘한 건’했다고 자기도취에 빠져 성급한 내사발표-언론플레이를 한다거나 보여 주기식의 수사를 해서도 안 된다. 경찰 스스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사건의 본질과 수사 목표에 맞게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해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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