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협상에 난항을 겪을 때면 단골로 나오는 메뉴가 있다. 국회 비상설 특별위원회 설치다. 특위는 보통 여야간에 이견이 있는 사안이 있더라도 일단 합의를 하고 가고자 할 때 꾸려진다. 이견이 있는 부분은 특위를 통해서 계속 논의한다는 조건으로 타협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취지와 달리 특위 설치가 미봉책에 그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여야가 막상 협상이 타결 되면 특위 활동을 뒤로 미루면서 무명무실화 되기 때문이다. 특위는 없고 ‘돈 먹는 하마’만 남는 셈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종합유선방송채널(SO)의 미래부 이관에 따른 방송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장할 법안 또는 기구설치를 논의할 ‘공정방송특위’ 설치를 제안했고, 민주당 역시 ‘방송 공정성’ 보장을 다른 방식으로 해주고 일단 개정안 협상을 타결하자는 제안이다.
이에 민주당은 ‘식물특위’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다. 실제 지난달 야당에서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며 ‘개헌특위’ 설치를 제안하자, 그는 “과거에도 특위를 만들 때는 구체적인 개헌 작업에 임박해서 만들었다”고 거절 했다.
지난해 설치된 ‘국회쇄신특위’와 ‘아동·여성성폭력대책특위’가 그것이다. 국회쇄신특위는 활동을 종료하면서 국회의원 겸직 및 영리업무 종사 금지와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제도 개선이다.
또 국회 폭력예방 및 처벌 강화와 인사청문회 제도개선 등 4개 쇄신 과제를 도출해냈고, 여성아동성폭력특위의 경우 63건의 법률안을 심사한 뒤 5건을 의결해 본회의에서 처리되도록 했다. 하지만 대다수 특위들은 제대로 된 활동이 미비했고, 돈만 낭비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19대 국회 들어 설치된 특위는 모두 8개였고, 이들 특위의 회의는 평균 3차례 열리는 데 그쳤다. 이를 보듯 쟁점이 있는 사안에 대해 특위 설치 제안으로 당장의 난국을 벗어나려는 의도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 또 특위가 설치돼도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이 많아 미봉책에 그칠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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