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을 시작하던 무렵 ‘완전학습’이론이 풍미하였다. 그런데 1년을 시행해 보고 이 이론은 실험실 이론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5%를 제외한 모든 아동이 완전학습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이론이 허구라는 것은 시간을 상수로 한 이론이었기 때문에 교수 모형에 가깝고, 40분 단위로 이루어지는 수업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텔레비전을 보다가 정명화가 바이올린을 신들린 듯이 켜는 모습을 보고도 ‘사람이 어떻게 저렇게 잘할 수 있을까? 아마 천재인 모양이다. 타고난 모양이다.’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런데 1월 23일자 신문에 빌 게이츠가 650억 달러,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69조가 넘는 자신의 재산을 타인의 생명을 살리는데 쓰겠다고 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기사를 본 순간 훌륭한 일을 한다는 생각보다도 ‘빌 게이츠는 어떻게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설립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해서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하바드를 중퇴한 그만이 할 수 있었을까?’ 그러면서 ‘많은 성공한 사람들은 재능이 훌륭해서 성공했을까? 공부를 잘한 사람들은 지능이 높아서 공부를 잘했을까?’ 여러 가지 의문이 한꺼번에 덮쳐왔다.
책을 뒤적이다가 2006년 5월 27일 말콤 그래드웰이 뉴욕 메트리어트 호텔에서 했다는 흥미로운 강연 내용을 발견했다. 결론은 “어린 시절의 천재성은 어른이 된 후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와 “성공은 무서운 집중력과 반복적인 학습의 산물이다.” 였다.
이 강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깊이 생각하게 한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탁월함과 성공 그리고 천재성에 대해서 고민하게 하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범주를 뛰어 넘는 사람들, 즉 아웃라이어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결정적 비밀은 무엇일까? 답을 찾기 위하여 생각을 바꾸어 보자. 우리가 돌을 쥐고 떨어뜨리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돌 자체가 중력이라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나, 갈릴레오는 돌과 전체 장 사이의 관계로 설명한다. 아리스토텔레스적 관점과 갈릴레오적 관점의 대립은 사람의 행동을 설명하는 방식에도 적용된다.
용호가 친절한 행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 ‘용호가 친절하기 때문이다’라는 아리스토텔레스적 설명이 한편에 있고, 그 대척점에는 ‘용호가 속한 상황 때문이다’라는 관점이 존재한다. 그러면 이러한 사람 대 상황 논쟁을 성공의 영역으로 설명한 학자가 그레드웰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공부를 잘하는 것이 지능때문이라는 생각 속에서 살아왔다. 그러나 문화적 환경 때문이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타고난 재능이 있을까?’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왔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이 재능 있는 이들의 경력을 관찰하면 할수록 타고난 재능의 역할은 줄어들고 연습이 하는 역할은 커진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베를린 음악 아카데미 학생들을 연구한 심리학자 에릭손은 ‘재능 논쟁의 사례 A'란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그런데 제일 우수한 학생은 스무 살이 되면 일주일에 서른 시간을 연습하고 결과적으로 1만 시간을 연습한 학생이었다는 것이다. 다음 그룹은 8천 시간을 연습했고, 미래의 음악 교사는 4천 시간을 연습했을 뿐이다.
또 다른 연구도 병행했는데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와 프로 피아니스트를 비교해 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에릭손이 연구에서 무릎을 치게 되는 부분은 그들이 ‘타고난 천재’일지라도 다른 사람이 시간을 쪼개 연습하고 있을 때 노력하지 않고 정상에 올라간 연주자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재능이 거의 비슷하다면 실력 차이는 그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진정한 최고가 되려면 1만 시간을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간 연습해야 하는 시간이다.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우리 동양에서는 십년을 몰두해야 성취를 이룰 수 있다는 ‘십년유성’이라는 말이 있다. 모차르트는 천재로 알려졌지만 재능은 늦게 개발되었다고 평가한다.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회사를 차릴 수 있었던 것은 그 이전에 남보다 먼저 컴퓨터를 갖고 1만 시간 이상 밤을 새우며 놀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수많은 아웃라이어들은 1만 시간의 연습과 좋은 환경 그리고 운이 따랐기 때문에 가능했다.
부모들은 후천적 재능과 가능성을 꾸준히 개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위해 문화적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더불어 교육자들은 ‘지성무식’이라는 말을 염두에 두고, 1만 시간 넘게 꾸준히 한 분야를 깊이 공부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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