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일주일 앞으로…수산물·과일가게 ‘흥정만’
시장 찾은 손님들 “너무 비싸”…상인들 ‘근심 가득’
설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3일 오후 시민들이 광주 서구 양동시장에서 제수용품들을 구입하고 있다.
“아직 설 명절 대목을 느낄 수가 없어요.”
3일 오후 점포수만 1천300개에 달하는 광주 서구 양동시장. 민족 최대의 명절 설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시장 안은 추운 날씨만큼 썰렁했다.
이날 광주지역 기온은 오후 12시 기준 1.1도를 기록했지만 각종 수산물이 진열된 시장 안의 체감온도는 영하권을 맴돌았다.
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발길은 대부분 수산물 가게에서 멈춰섰다. 1마리 당 12만~18만원을 받는 홍어, 2천500원 가량의 물 오징어, 4만원 상당의 수입산 조기 1두름(20마리) 등 제값을 받으려는 상인들과 조금이라도 깎기 위한 손님들의 흥정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하지만 손님들은 물건을 흥정만 한 뒤 발걸음을 돌렸다. 지난해와 비교해 너무 올라버린 가격 때문이었다.
양동시장에서 30년째 홍어가게를 운영하는 곽모(69)씨는 “손님이 평일보다 많은 편이지만 날이 추워서 그런지 지난 주말보다는 적다”며 “그나마 시장을 찾은 손님들도 값이 너무 비싸다며 흥정만 하다가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과일 가게의 사정은 더 심각했다. 지난해 잇단 대형 태풍 피해로 크게 오른 과일값 때문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배 1박스(15㎏)는 5만8천~7만원으로 지난해 설보다 평균 3만원 가량이 올랐으며 단감은 5개에 3천원으로 같은 기간 10% 넘게 올랐다. 한 상자(15㎏) 당 5만5천~7만원으로 지난해보다 1만~1만5천원이 떨어진 사과조차 “비싸다”며 고개를 젓고 자리를 떠나는 손님들이 많았다.
양동시장에서 8년째 과일을 팔고 있다는 오모(70·여)씨는 “과일을 찾은 사람이 3분의 1로 줄었다”며 “이번 설처럼 손님이 없는 것은 처음인데 특히 선물용 과일은 시장에서 구매하지를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설을 준비하기 위해 시장을 찾은 손님들의 표정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여기저기 발품을 팔며 조금 더 저렴하고 질 좋은 제수용품과 선물용 상품을 찾아다니지만 쉽지 않은 듯 보였다.
주부 이모(41·여)씨는 “과일을 사러 왔다가 값을 물어보고 깜짝 놀랐다”며 “주머니 사정은 점점 더 나빠지는데 물가는 해마다 치솟는 것 같다. 이제는 명절 준비하는 것 조차 겁이 난다”고 말했다.
지난 2일 광주 북구 말바우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5일 장을 맞은 같은 날 말바우시장에는 수천여명의 손님들이 시장을 찾았지만 시장 상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차 있었다.
배추를 팔고 있는 한 상인은 “5천원도 비싸다, 3천원도 비싸다, 2천원도 비싸다, 장사를 어떻게 하라는 말이냐”며 “더이상 못참겠다. 오늘 장사 접는다”며 가판을 정리하기도 했다.
한 수산물 좌판 상인은 “지난 장날보다 시장이 더 붐비는 것을 보면 명절이 오긴 오는 모양이다”며 “하지만 좀처럼 손님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다. 물건값이 많이 올라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흥정하다 지칠 뿐 남는 게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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