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 속에서 태어나 사람들과 끈끈한 인연을 맺고 진심으로 슬퍼해주는 그들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면 꽤 잘 살아온 인생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작과 끝맺음을 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시작은 내 의지로 되지 않을지라도 생의 마지막은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따라 아름다운 마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은 ‘고독사’하는 슬픈 영혼들이 넘쳐날 지경이다. 대한민국은 매년 1천 건이 넘는 고독사가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고독사’ 예비군으로 편입될 이들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배우자를 잃은, 혹은 잃을 노년층에서부터 현재의 2030세대에 이르기까지 고독사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고독사’의 발생에는 어쩌면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무연사회’가 주범일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에도 6년 만에 발견된 시신에 관련된 뉴스로 경악을 금치 못한 일도 있었다. 잊을만하면 나오는 어느 독거노인의 죽음 등이 어쩌면 대한민국이 ‘무연사회’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는 반증일지도 모르겠다. 무연사회란 개인주의가 강화되며 인간관계가 희박해짐에 따른 사회현상으로 쉽게 말해 독신 층과 은둔형 외톨이 그중에서도 혈연지연등과 떨어져 홀로 생활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와 소박한 반찬이지만 함께 웃고 즐거워하던 가족.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며 함께 슬퍼해주고 함께 기뻐해줬던 그리운 친구. 맛있는 음식은 여럿이 나눠 먹어야 한다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떡을 가져다 주셨던 옆집 아주머니. 그렇게 행복한 사람들 사이에 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이제는 이것도 점점 추억이 되어갈 뿐이다.
지금의 시대는 비약적 성장으로 인한 도덕 없는 편리함, 각 계층의 무조건적 수평구조 등으로 이뤄졌다. 가짜 효율과 가짜 평등으로 만들어진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개인주의 증가하고 필요 이상의 자아실현의 욕구가 높아져 가면서 세대 간의 소통의 고리는 그렇게 계속 끊어져 가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적응하지 못한다는 윗세대와 과거를 밟고 가는 다음세대, 그리고 나와 다른 계층 간의 충돌이 나은 결과가 아닐까.
그렇게 이러한 현상은 대한민국 가족형태에 큰 변화를 주었다. 대가족에 이어 핵가족이 보편화 되더니 이번에는 1인가구의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다.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는 약 454만가구로 전체 가구(1천795만 가구)의 4분의 1(25.3%)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1980년 전체 가구의 4.8%(38만3천가구)에 불과했던 1인 가구가 30년 새 10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더욱이 2035년에는 1인 가구 비중이 34.3%로 전체 가구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 삼성경제연구원 등에서도 앞 다퉈 1인 가구에 관련된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을 정도로 사회적 이슈로 확실해 지고 있다.
2010년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1인 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1인 가구 중 40~50대가 29.9%, 20~30대가 23%였다. 이들의 소득은 절반 이상이 100만원 이하였다. 대한민국 인적자본의 핵심이 되어야 할 청장년층의 사회 중심으로의 진입실패가 가져온 결과는 무직 및 분류불능(49.3%)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직업이 되었다. 다음으로 단순노무직(14.9%)이 뒤를 이었고, 이는 젊은이의 ‘외톨이 빈곤층’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슬픈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1인가구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현재의 경제상황과 맞물려 악순환으로 치닫는 현실이 가구 변화를 부정적으로 보게끔 하는 부분이 상당할 것이다. 부득이하게 1인 가구의 형태에 동승해야하는 입장이라면 보다 더 주변사람을 아끼며, 가족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사람냄새가 나는 1인가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람이 한 시대를 살아감에 있어서 결국엔 모든 것이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남을 알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아실현욕구만 높아지고, 개인주의만 추구하고 스스로를 고독사의 예비군으로 편입시키는 1인 가구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는 소리이다.
굳이 1인 가구가 아니더라도 나와의 추억을 그리워하는 지인들에게 연락하는 시간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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