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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칼럼>‘자살 예방 안전망’ 설치해야 |
2013년01월14일(Mon) |
| 이준구(主筆·시인) |
자살이란 스스로 자기 목숨을 끊는 행위다. 자해라고도 한다. 옛날에는 상전 등이 죽으면 따라 죽는 순사 제도, 형벌로서 왕이 내린 사약을 먹고 죽는 일 등이 있었지만, 이러한 강요나 강제에 의한 죽음은 자살이 아니다. 자살에 대한 평가는 예로부터 다양하며, 종교상의 교리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이슬람교와 유태교는 자살을 죄악시해 엄금하고, 그리스도교에서도 자살을 죄악으로 보아 왔다.
그런데 프로야구 선수 출신 유명인 조모씨가 지난 6일 목숨을 끊었다. 금년 마흔인 조모씨는 1990년대 고교 야구 명투수로 이름을 날리다 일본 프로야구 명문 구단 요미우리 자이언츠 주전 선수로 활약했었다.
하지만 조모씨는 일반 사람들에겐 2008년 자살한 연예인 톱스타 최진실씨의 전 남편으로 더 익숙한 인물이다. 최씨의 동생으로 누나와 같이 연예계에서 활동하던 최모씨도 2010년 자살했다. 불과 4년 사이에 한때 한 가족으로 기대고 살던 세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이다.
이 비극은 오늘의 자살 문제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숙이 파고들어 우리 모두의 곁으로 다가가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의 자살 관련 통계를 보면 하루 평균 42.6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어 한 해 자살자가 1만5천566명(2010년)에 이른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가 33.5명으로 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8년째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자리를 지키고 있다. 2위가 21.2명의 일본, 3위가 18.6명 의 슬로베니아이고 나머지 선진국은 10명 선을 가까스로 넘거나 그 이하다. 더 놀라운 것은 자살률이 치솟는 속도다. 1997년 10만명당 13명이던 것이 2010년엔 33.5명이 됐다. 세계에 이런 사례가 없다.
자살예방협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자살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이전만 해도 한국인의 10대 사망 원인 중 가장 낮은 순위인 10위 였다. 그것이 1998년에는 7위로 올라서더니 2010년에는 3위가 됐다. 지금 한국에선 자살로 죽는 사람 숫자가 당뇨병·폐렴·교통사고·고혈압으로 죽는 숫자보다 많다.
연령대별 사망 원인에서 10대·20대·30대에선 자살이 교통사고나 암을 제치고 1위이고, 40∼50대에선 암에 이어 2위이다. 노인의 자살률은 10만명당 81.9명으로 세계 최악의 노인 자살 국가가 대한민국이다. 일본(17.9명)의 4배, 미국(14.5명)의 5배가 넘는다. 어느때 자살 충동을 느꼈는가 하는 질문에 10대는 주로 성적과 진학문제가 고민될 때라고 대답했고, 20대부터 50대까지는 경제적 곤경, 60대 이후는 질병을 주로 꼽았다.
성별 자살률 차이는 남자가 10만명당 41.4명으로 10만명 21명의 여자보다 배가 높으나 1996년 이후 남성 자살률이 98% 증가한 데 비해 여자는 124%나 늘었다.
우리 사회의 자살 관련 모든 통계를 보면 한국을 일종의 비정상 국가로 분류할 수 밖에 없다. 대기업 회장이 빌딩에서 뛰어내리고, 해고당한 근로자가 목을 매고, 해고됐다 복직한 근로자는 일감이 없어 생계를 고민하다 아파트에서 뛰어내렸다.
노소 차이도 없다. 왕따당한 10대 초반 중학생에서 신병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70∼80대 노인까지 자살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최종 해결책인 양 삶을 마감한다.
왜 스스로 목숨을 끊는가에 대한 답은 사람은 왜 사는가라는 의문에 대한 답변만큼 여러가지 일 수 있다. 어린 세대의 진학, 중년 세대의 경제적 곤란, 노년의 신병도 이유의 하나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으로 자살을 정당화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똑같은 곤경을 겪으면서도 자살이란 도피처를 찾지 않고 문제와 정면 대결해 이겨낸 사람이 우리 곁에 많이 있기 때문이다.
생이냐 사냐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사의 충동을 물리치고 살아야 한다. 정부는 사의 유혹을 받는 사람들에게 생의 의미와 희망을 제공해 그들이 사의 계곡을 벗어날 수 있도록 긴 사다리를 내려주어야 한다. 그 긴 사다리는 복지 대책일 수도 있고, 교육 혁신일 수도 있고, 일자리 창출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 자살을 개인 문제로 밀쳐놓을 일이 아니다. 지금 상황이 계속되다간 우리 사회 전체가 임계점을 넘어 ‘자살 사회’의 벼랑에 서게 될지 모르는 까닭이다.
새정부는 국민에게 펼쳐 보일 ‘국민행복 국가’의 첫걸음으로 ‘자살 예방 안전망’을 설치해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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