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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칼럼>한해를 시작하며 |
2013년01월10일(Thu) |
| 박상주 객원논설위원·시인 |
지난 임진년은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특히 힘들었던 지난 세월을 감안한다면 올 계사년를 시작하는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희망’이 아닐까 싶다. 지난 세월 무엇을 했는지를 돌아보고 이제부터는 또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정리해 보아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새로운 해를 시작한지 벌써 열 한 번째 날을 맞이하고 있다. 하얀 시간의 백지. 그 시간은 아무도 모르는 1급 비밀 창고에서 열 한 번째날을 펴 보고 있는 것이다. 새로 시작 한다는 것, 새로 출발한다는 것은 갓 돋은 새파란 미나리 향처럼 신선하다. 이 세상 많은 말 중에 새해, 첫 날, 첫 출발, 1월 1일, 첫 발령, 첫 입학처럼 새로운 각오와 설렘으로 다가오는 단어는 흔치 않을 것이다.
특별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고 있다. 요사이 결혼 때처럼 면사포 쓰고 신랑 신부가 웃으며 들어오는 그런 사진이 아니고, 몇 십년 전 흑백 사진이다. 초가지붕에는 하얀 눈이 얹혀있고 고드름이 말갛게 달려있다.
병풍 친 앞에서 신랑은 사모관대를 쓰고 있고, 신부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족두리를 쓴 옛 초례사진이다. 초례청에는 하얀 가래떡을 돌돌 말아 까만 콩으로 눈을 박아 놓았는데 어떻게 보면 상상의 용 같기도 하고 뱀 같기도 한 것을 큰 쟁반에 올려놓았다. 살아있는 닭도 두 마리 올려놓았는데 발이 묶여있다. 양쪽에 있는 화병은 한 되 짜리 술병으로 대나무와 솔가지를 꽂아 색실로 두 나무를 감았다. 그 밑에는 친구들이 주는 선물 위에 축하해주는 글과 ‘백년을 하루같이’라는 먹물로 쓴 큰 글씨가 아래로 흘러내려 있다.
이는 오래된 우리 누이의 결혼사진이다. 이에 우리는 아직 60년도 못 살았지만 해의 기울기가 시작되는 이 시점에서 더욱 따스하고, 그립고 또 감사하게 생각한다.
중국의 도연맹이 하루에 새벽은 두 번 오지 않는다 라는 말에 잇대어 부지런하려고 노력했다. 그렇다. 새벽에 눈 뜬 자만이 여명을 볼 수 있다. 새벽이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눈 뜨지 않으면 깊은 밤중일 뿐이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과거로 남을 뿐 되돌릴 수없다.
창조주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을 주었다. 한없이 주어진 것이 아니다. 젊을 때는 20km로 힘겹게 달리는 시간이 나이 들고 보면 과속이 붙는 내리막길이라 60km도 될 수 있고 70km도 될 수 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언제 바닥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기에 오늘 하루가 더욱 값진 것이다.
비밀스런 시간 창고에서 소중하게 하루하루를 꺼내어 감사하게 생각하며 보람 있고, 알차게 보내길 소원한다. 계사년 1월 1일의 설렘과 각오를 다시 한 번 추스르며 올 말까지 그 마음 변치 않기를 다짐해본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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