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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칼럼>생각의 물줄기 |
2013년01월03일(Thu) |
| 안용호 논설위원(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공자의 경학은 황허문명의 뿌리에서 나온 것이다. 한나라 때는 동중서에 의해 음양오행과 미신을 붙인 위학이 되면서 물줄기가 탁해졌고, 위진 시대에는 조조의 사주로 하안과 왕필에 의해 왜곡되는 곡절을 겪다가 당나라 때에는 도교의 보조 역할을 하는 도학이 되기까지 했다. 물줄기가 이리저리 굽이치다가 송나라 때는 주희에 의해 성리학이 되면서 철학으로 자리를 굳히면서 도교와 불교를 상대할 수 있었고, 명나라 때는 심학으로까지 굽이치게 되면서 물줄기를 튼다.
마침 주자학은 고려 충렬왕과 충선왕 때 연경에서 주자전서를 안향선생님이 베껴오면서 우리나라로 물줄기를 틀게 된다. 이후 조선왕조가 들어서면서 유학은 국가이념이 되고 이제현, 정몽주를 거쳐 제대로 흐르던 물은 세조의 왕위 찬탈로 여러 갈래로 흐른다. 다시 사림의 등장으로 조광조의 지치주의를 위한 도학정치가 실현되나 훈구 대신들과의 투쟁에서 패함으로써 물길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여기서 인조의 스승이던 하서 김인후 선생은 조광조의 복권을 주청하여 문묘에 배향된다.
하서는 율곡이나 퇴계선생과는 다르게 지치사상을 주장하고, 정신사의 방향을 대동화합으로 천명하면서 물줄기는 풍랑을 일으킨다. 쉼 없이 흐르던 물줄기는 담양 창평에서 잠깐 머물게 된다. 고경명 선생의 12대 손인 고정주가 영학숙을 개설하면서 다시 흐른다.
고정주는 조선말기 고종의 조정에서 비서원랑, 규장각직각 겸 의친왕의 사부인 황자전독 등의 관직을 버리고 고향 창평에 내려와 영학숙을 열었다. 1905년 을사늑약을 보고 비분강개한 나머지 교육으로 인재를 길러야겠다는 생각했다. 그의 사위 김성수와 그 친구의 자제인 송진우를 중심으로 1906년 봄에 상월정을 수리하여 학당을 열고, 영어, 일어, 중국어에 능통한 조선귀화인인 이표를 모시고 숙장선생님으로 삼아 영어를 중심으로 하는 외국어 교육을 실시한다. 영어의 영자를 첫 머리자로 이름을 영학숙이라고 불렀다.
춘강 고정주의 배려로 개설된 호남 최초의 신학당인 영학숙은 상월정을 중심으로 하였고, 첫기생은 김성수, 송진우, 백관수, 현준호, 김시중, 고광준으로 1년여 진행되다가 새로운 학숙인 용주관으로 이설하였고, 1908년 봄에 창흥학숙으로 단장하여 교육을 확대하여 나아갔다.
영학숙과 창흥학숙에서 공부한 젊은이들은 그 후 신학문을 배우려고 동경으로 유학을 가게 되었고, 주로 와세다대, 메이지, 일본대학 등에 진학하여 민족의 광복과 건국에 공로가 있는 인재로 성장한다. 김성수는 동아일보를 창간하였고, 송진우는 한국민주당 창당을 주도하였으며, 1951년 부통령이 되었다가 사임하였다. 김병로는 초대 대법원장을 지냈고, 현준호는 호남의 민족은행인 호남은행을 1920년 5월 10일에 창설하였다.
영학숙과 창흥학숙을 창설한 춘강 고정주는 다시 상경하여 동지들을 결속하여 1907년 7월 6일 호남학회을 발기한다. 을사보호조약이 1905년 11월 17일 체결되고 나서 일제의 식민지 작업이 착착 진행되는 상황 아래서 우리 민족의 국권회복운동은 의병운동과 애국계몽운동의 두 개 방향으로 전개된다. 의병운동은 지방 유생층을 바탕으로 전개되었으나 호남 의병이 소탕됨으로써 유교인력마저 소진되기에 이르렀다. 이와는 다르게 무력적 저항만으로는 국권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신지식층들은 교육 구국 운동의 방향으로 재조정하고 신교육구국운동을 펼쳤다.
호남학회의 신교육운동은 1906년 소학교령을 보통학교령으로 개정공포하게 하였고,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광주보통학교, 목포보통학교, 나주보통학교, 영암보통학교 4개교가 설립되었다. 이후 교육활동은 크게 확대된다.
이런 물줄기는 안향으로부터 정몽주, 정암으로 이어져 하서, 고봉, 율곡을 이어서 내려오는 기묘명인들의 후손과 후학들로 이어진다. 이들의 지치적, 민본적, 우국애민 사상은 임진왜란과 호란, 의병활동과 독립운동을 거쳐서 광주학생운동과 4.19학생운동, 5.18민주화운동으로 이어져 도도히 흐르면서 의향인 광주정신의 큰 물줄기가 형성되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이 물줄기는 영원히 마르지 않고 도도히 흐를 것이다.
우리민족은 끈질긴 민족이다. 역사상 천여 번의 전쟁과 일제식민지 지배를 받고도 굳건히 살아 세계 10위권에 진입했다. 유엔사무총장과 세계은행총재가 우리나라 사람이며 음악, 음식 등의 문화 한류는 세계인들을 매료시키고 있다. 우리 사회의 위험요인을 하나하나 제거하고 화합하여, 새해 계사년을 맞아 누구나 행복을 노래하도록 하자.[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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