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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광칼럼>대학 휴학생 100만명의 의미를 |
2012년12월17일(Mon) |
| 이준구(主筆·시인) |
대학생 298만8천명 가운데 31%인 93만3천명이 휴학 중이라고 한다. 충격적인 현상이다. 그것은 대학원, 방송통신대 등 고등교육기관 전체로 넓히면 휴학생이 110만4천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재학생 중 47%가 휴학한 대학이 있는가 하면 학생 83%가 휴학중인 학과도 있다.
대학 휴학생 비율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30%를 넘어서더니 다시 내려가지 않고 휴학생 숫자도 90만명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제 대학은 5∼6년씩 다녀야 하는 것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
이야말로 오늘의 ‘한국대학 위기’가 아닐 수 없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휴학 수익성 분석’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휴학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연간 11조원에 이르는 까닭이다.
이는 대학생이 졸업후 노동시장에 진입해 수입을 창출할 때와, 휴학으로 1∼2년 졸업을 늦추며 지출만 할 때의 차이를 산출한 금액이다.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실태 부가조사에 따르면 4년제 대학 졸업자가 기대할 수 있는 수입은 월평균 190만원(2년제 160여 만원)이다. 여기에 이를 포기한 휴학생들이 지출하는 한 달 평균 43만원의 생활비와 연평균 84만원의 사교육비를 빼고, 평균 휴학기간과 고용률 등의 요소를 고려해 계산한 것이다.
부모의 지원, 심리적 위축과 고통까지 감안하면 휴학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11조원을 훨씬 넘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양정승 전문 연구원은 “부모 세대가 휴학 중인 자식들을 위해 노후 준비를 포기해야 하는 비용과 젊은 층에서 느끼는 자괴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과까지 포함하면 휴학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11조원을 훨씬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는 청년(25∼29세)의 10% 정도가 취업을 1년 동안 하지 못할 경우 장기적으로 세수 4천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고 한다.
그런데 대졸자 취업률이 60%에 미치지 못하고 기업이 제공하는 괜찮은 일자리’는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다 보니 휴학을 하고 토플·토익 성적부터 각종 자격증, 수상 실적, 인턴 경험, 해외 어학연수 같은 ‘취업 스펙’을 챙기는 것이 대학 생활의 필수 코스가 됐다. 기업 쪽에서도 입사 지원자들에게 이런 다양한 스펙을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대학생들은 대학 학점만 따 갖고는 취직이 불가능하다고 믿게 됐다.
대학생 68%가 학자금 대출 등으로 평균 1천300만원 가량 빚을 안고 사회에 나온다. 비싼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1∼2년마다 한 학기씩 휴학해 가며 돈을 버는 생계형 휴학이 네 명중 한 명꼴이다.
졸업 후 바로 취업을 못해 공백기가 생기면 취업 기회를 얻기가 더 어려워질 거라는 위기감 때문에 졸업을 미루는 ‘졸업 유예족’도 많다. 이들은 사실상 실업자이면서도 청년 실업자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경제 활동을 시작하는 나이는 평균 25세이고, 대졸자 경우엔 27세다. OECD 평균 22.9세보다 2∼4년 늦게 활동을 시작한다. 휴학생이 증가하면 젊은이들의 사회 진출시기는 더 늦춰지고, 직장을 늦게 잡으면 결혼 시기도 늦어지면서 저출산도 더 심화된다.
휴학생 중 절반은 생활비를 부모에게 의존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노후가 불안한 부모 세대는 새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자식을 둔 게 죄다.
1970년 16만8천명이었던 대학생이 지금은 300만명이다. 1996년 대학 설립이 자율화된 후 대학생 숫자가 100만명 이상 급증했다. 그때 지금 휴학생 숫자만한 100만명이 늘었다.
이는 앞 못 보는 대학 정책이 우리 사회에 대형 부채를 안긴 것이다. 몹시 한심스럽다. 정부 당국은 하루빨리 대학 정책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 교육은 백년대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스펙, 졸업 시기같은 것을 요구하는 것도 현명한 채용정책이라 하기 힘들다. 당국은 이 나라를 비정상으로 몰아가고 있는 ‘대학 휴학생 100만명’ 연구에 전심치지해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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