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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과 비전은 무엇인가 |
2012년12월05일(Wed) |
| 나경택 수석논설위원(칭찬합시다운동중앙회 회장) |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두 대선 후보가 어제 후보 등록을 마쳤다.
박 후보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고 모든 국민의 꿈이 이뤄지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 한다”고, 문 후보는 “힘들고 어려운 서민의 눈물을 닦아 드리는 정치, 미래가 불안한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 ‘사람이 먼저’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저마다 출마의 변을 밝혔다.
사실상 박근혜-문재인 양자 대결로 압축된 18대 대선이 본격 레이스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대선의 시종을 관통하는 화두는 ‘안철수 현상’일 듯싶다. 박 후보 측이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의 사퇴를 ‘민주당 구태의 벽에 막혔다’며 문 후보 견제에 나선 것이나, 문 후보 측의 선거전략이 ‘국민 연대’를 축으로 한 안철수 끌어안기로 모아지고 있는 현실이 이를 웅변한다.
그의 사퇴 후 실시된 각종 여론 조사에서 부동층이 급증하며 선거판이 꿈틀거리는 것도 그러한 증좌다. 향후 대선전도 ‘집토끼’를 지키면서 안 전 후보의 공백으로 생겨난 ‘산토끼’ 몰이를 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 같다.
‘안철수 현상’이란 무엇인가. 야권 단일화가 끝난 시점에 반추해보지 않을 수 없는 화두다. 한마디로 기존 정치에 대한 염증이고,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이다. 무기력한 민주당과 소통 부재의 새누리당이 그 바람을 키우는 최적의 양분과 토양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
새 정치에 대한 국민적 욕구라는 이상과 치유가 불가능해질 정도로 타락한 구정치의 현실에서 오는 괴리가 클수록 갈망은 증폭됐다. 그가 한국 정치에 던진 메시지는 그만큼 강했고, 꺼질 뻔하던 ‘안철수 현상’도 그의 사퇴로 되살아났다.
이번 대선은 이념적으로 보수우파 대 진보좌파의 성격을 띠게 됐다. 대선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 남성의 대결 구도가 됐다는 점도 흥미롭다. 박 후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고,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이어서 ‘박정희 대 노무현’ 대결이라는 구도를 띠는 것도 불가피하게 됐다.
박 후보가 호남, 문 후보가 부산경남 지역에서 어느 정도 표를 얻을지가 관심사이긴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지역 구도는 옅어진 편이다. 오히려 한 집안에서도 세대별로 투표 성향이 달라져 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박 후보가 일자리를 걱정하는 젊은 표심을 얼마나 잡을지, 문 후보가 어려운 시절을 살아온 노·장년층 세대를 얼마나 설득할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두 후보의 공약은 비슷한 점도 많지만 경제민주화와 복지, 대북정책 같은 이슈와 제주해군기지 같은 현안에서는 정당의 이념에서 비롯된 차이가 존재한다. 민주국가의 선거에서 진보와 보수가 경쟁하는 것은 보편적인 현상이다. 다만 우려하는 것은 ‘박정희 대 노무현’의 프레임에 갇혀 지나치게 과거 회고적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전초전에서부터 문 후보 측은 박 후보를 상대로 5·16, 유신, 인혁당 사건, 정수장학회 문제 등을 걸고넘어졌다. 박 후보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북방한계선(NLL) 관련 발언과 참여정부의 실정(失政)을 들추면서 문 후보를 공격했다. 후보의 정책이나 비전, 자질 같은 대선의 본질과 상관없는 과거사 공방으로 선거전이 치닫는 것은 나라의 장래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최종 심판은 유권자들의 몫이다. 우선 투표에 참여한다는 책무부터 새겨야 한다. 500만표를 넘는 대승을 거둔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기간에 보여준 민주주의 퇴행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정권창출은 못하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세상에 대한 의견을 확실히 표명하는 것이 특정 세력에 의한 일방적 국정운영을 막을 수 있다.
국민은 냉철한 현실 인식을 토대로 후보들의 비전을 살펴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것이 자신과 한국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을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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