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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요칼럼>겨울 단상 |
2012년11월29일(Thu) |
| 박상주 객원논설위원·시인 |
우리나라의 계절감각이 몇 년 전부터 봄 없이 여름만 존재하고 가을 없이 겨울로 바로 넘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고 있다. 그런 현상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어쨌든 우리들이 두툼한 겨울 외투를 입다가 어느새 반팔차림의 여름옷을 입게 되고, 덥다고 너스레를 떨다가 바로 겨울옷을 꺼내 입어야 하는 옷차림의 모습이 피부에 와 닿기 때문이다.
봄, 가을의 실종은 우리에게서 꿈과 명상을 빼앗아 가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아쉬운 생각이 든다. 아지랑이 아늘거리는 들판에서 돋아나는 새싹들과 꽃들의 향연에 초대 받을 수 있는 봄이 없어진다면 인생의 삶에서 꿈이 없어진 것과 비유하여 무엇이 다르겠는가? 많은 시인들이 특히 봄과 가을의 아름다움에 대해 많은 노래를 한 것만 보아도 이 두 계절은 우리에게 깊은 의미를 주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기 때문이다.
계절과 인생이 무관하지 않음을 의미해 본다. 인생에 있어서 어느 유혹에도 마음 흔들리지 않는다는 나이인 불혹의 40세까지가 봄, 여름의 계절이었다면, 그 이후부터는 가을의 계절로써 인생의 깊은 맛과 의미를 느끼며 41세, 42세, 43세… 그렇게 일 년 단위로 나이 먹는 감을 느끼지만, 하늘의 뜻을 알 때인 지천명인 50세가 되면 세월의 흐름이 5년 단위의 속도로 50세, 55세, 그리고 바로 60인 이순(耳順)에 이르는 유수같은 세월이 된다는 것이다.
인생 60세를 이순이라고 하는 것은 이때부터는 남의 이야기를 귀로 많이 듣고 순종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아내의 말에, 자식들의 말에, 그리고 이웃들의 말에 거역보다는 듣고 따르는 것이 상책이라는 깊은 의미의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하겠다. 이순인 60세가 되면 이때부터는 중간단계도 없이 바로 70세로 껑충 뛰어 가는 것이 세월의 흐름이란 것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70세가 되고부터는 눈 한 번 깜빡하는 사이인 일순간에 1년이란 세월이 가버리니 빠른 세월의 흐름 앞에 아쉬움을 어찌하겠는가? 겨울의 앙상한 가지들이 매서운 북풍 앞에 윙윙 소리 내며 떨듯이 인생도 그 덧없는 세월의 흐름에 사시나무 떨듯이 죽음의 계절인 겨울의 문턱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매년 정초에 대망의 꿈을 세워서 긴 1년의 사계(四季)를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에서 일 년의 빠름을 실감하고 바쁜 업무마감을 하듯, 겨울이란 이미지는 항상 우리에게 서둘게 하고 무엇인가 긴 동면의 의미를 주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1년의 마무리가 그렇듯 인생의 겨울에도 슬픔이 내재하고 있음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러나 긴 인생의 과정에서의 결론은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고귀하게 여겨야 될 것은 ‘가정과 사랑’만이 모든 것을 대변해주고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다고 하기에 겨울의 문턱에서 계절과 인생의 의미를 음미해 본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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