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범 조모 등으로부터 거액을 받은 혐의로 경찰이 수사 중인 현직 검찰 간부에 대한 수사를 검찰이 직접 하겠다며 특임검사를 지명했다. 특임검사는 검사 10명과 수사관 15명으로 매머드 수사팀을 편성해 11일 K모 검사의 집과 사무실, 유진그룹의 사무실 등 5∼6곳을 압수 수색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장은 “검찰이 경찰의 수사 개시·진행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독자적으로 수사할 방침을 밝혔다.
이는 동일한 사건에 대해 검찰과 경찰이 각자 수사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따라서 수사 주체의 정당성과 법리를 둘러싼 논쟁은 차치하고 경찰이 이미 수사중인 사건을 검찰이 빼앗는 식의 모양새는 좋지 않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13일 K모 검사 비리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이중 수사’ 논란과 관련해 “검경 수사 갈등으로 국민의 우려가 계속될 경우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참 잘한 것이다. 그것은 초유의 이중 수사로 거센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는 두 기관에 대해 자체적으로 수사권한을 조정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김 총리의 발언 직후 검경은 일단 한 발씩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김총리는 이날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국무회의를 마친 후 권재진 법무부장관과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을 불러 검경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 뒤 이같이 말했다. 김총리는 “형사소송법에 근거해 두 기관이 상호 협력하되, 법과 원칙에 따라 사건을 신속하고 엄정하게 처리하라”며 “두 장관은 이 같은 내용을 검찰과 경찰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대검은 이날 오후 “경찰청에 금명간 검경 수사협의회를 개최해 이번 상황에 대해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중 수사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은 특임검사를 수사하는 부분은 수사하지 않고, 수사협의회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답했다. 하지만 수사협의회 논의 결과가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검찰을 견제하는 가장 유효한 수단은 이미 마련돼 있다. 바로 경찰의 수사권이다. 이번처럼 경찰이 검사비리를 과감히 수사하고 나서면 검찰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처지에 놓이게 될 수밖에 없다.
검사가 국민을 위해 써야 할 권한을 거꾸로 자기를 지키는 방패로 삼아 그 뒤에 안주하다가 이렇게 된 것이라고 본다. 경찰의 검사 비리 수사는 바로 방패에 창을 던져 구멍을 낸 것과 같다. 방패에 구멍이 뚫리면 언제 창끝이 그 구멍으로 파고들어 올지 모른다.
검사가 언제라도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검사는 행동거지를 지금보다 더 조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경찰은 창을 함부로 쓰지 말아야 한다. 그 창이 부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이나 체포·구속영장 청구권과 기소권을 통해 경찰수사를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
경찰은 검찰의 적법한 통제에 걸리지 않으려면 수사 절차와 과정, 수사 대상 선정, 증거 수집 등에서 책 잡힐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검찰을 궁지로 몰아 넣겠다는 계산 아래 창을 함부로 휘둘렀다간 ‘역시 경찰은 안돼’라는 비판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검찰도 자기들을 지키려고 경찰의 적법·정당한 검사 비리 수사까지 가로막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들 조직 보호에만 골몰하는 집단이라는 비난 여론에 부딪히게 되기 때문이다.
검경은 하루 빨리 갈등을 풀고 화해해야 한다. 그것은 경찰대 출신들이 주도 세력으로 등장하면서 검경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 왔기 때문이다.
당국은 검경 갈등 해소 연구에 전심치지해야 할 것이다.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검경이 돼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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