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상하이 스캔들’ 밝혀내야 |
2011년03월14일(Mon) |
| 이준구<주필, 시인> |
정부는 9일 중국 상하이 주재 한국 총영사관 직원들의 성추문 및 기술유출의혹 사건과 관련해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합동 조사단을 꾸려 현지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충격적 현상이다. 그것은 이날 중국 여성 덩모씨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모 전 상하이 총영사를 재조사했기 때문이다.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총리실에서 관계기관과 정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하게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엄중하게 조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없지 않으나 참 잘하는 일이다. 합동조사단에는 법무부, 외교통상부 등이 참여할 예정인 까닭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관련자 진술 등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조사를 했으나, 이제는 상하이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해 총영사관의 복무기강 해이가 있었는지, 어떤 정보들이 유출됐는지 등을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 스캔들’에 이어 주몽골 대사관에서도 고위 외교관이 2009년 현지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실이 드러나 사임했다고 한다. 어쩌다가 이지경에 이르렀는가. 한심스럽다.
“숨겨둔 정부(情婦) 하나/ 있으면 좋겠다/…아무도 눈치 못 챌 비밀 사랑/ 둘만이 나눠 마시는 죄의 달디단/ 축배 끝에/ 싱그러운 젊은 심장의 피가 뛴다면/…머언 기다림이 하루 종일 전류처럼 흘러/ 끝없이 나를 충전시키는 여자/…그…/ 악마 같은 여자”(이수익 <그리운 악마>)
이 시에 나오는 ‘정부(情婦)’는 신선한 삶의 에너지를 향한 인간의 갈망을 시인(詩人)은 불륜의 사랑에 빗대 노래한 것이다. 메타포가 있다.
그러나 ‘상하이 스캔들’을 일으킨 외교관들의 ‘정부(情婦)’는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정부(情婦)까지도 늪에 몰아넣은 악귀(惡鬼)다. 우리는 이를 인간의 파멸상이라고 본다.
문제의 외교관들은 각각 외교부, 법무부, 지식경제부가 파견한 영사 3명이며, 상대 여성 덩모씨는 한국인과 결혼한 한족 출신이라고 한다. 외교부와 지경부 소속 영사는 덩씨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부인했으나 법무부 파견 영사는 시인했다고 한다.
부적절한 관계의 대가로 부정하게 비자발급 편의를 봐준 것도 큰 문제지만 교민 보호가 주 임무인 사람들이 교민가정을 파괴하는 짓을 저지른 것은 천인 공노(天人共怒)할 만행이다. 이는 대한민국 외교관의 도덕성에 먹칠을 한 것은 물론, 교민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킨 일이다. 더 심각한 것은 자료 유출이다. 덩씨가 보관 중이던 USB에는 ‘MB 선대위 비상연락망’ 등 국내 정·관계 인사 200여명의 휴대전화와 상하이 총영사관 비상연락망, 비자발급 자료, 외교통상부 인사관련 문건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덩씨가 무슨 목적으로 이런 자료를 입수했는지 의문이다. 총영사관 관계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정보를 빼내는 첩보원은 아닌지 의심이 가는 것도 당연하다.
재외공관의 영사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리 공관을 상대로 계획적인 첩보활동이 이뤄졌는지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2001년 한국 기업의 중국 주재원인 J(37)씨와 결혼한 덩씨는 딸(7)을 낳아 키우며 5~6년간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냈다고 한다. 그러던 그에게 이상한 조짐이 보인 것은 2007년경부터 남편에 따르면 “외삼촌이 상하이 당서기로 부임해 한국 외교관들과 자주 만나더니 급기야 작년부터는 외박도 늘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아주 집을 나갔다.
주요 공관 총영사들도 전부 MB 캠프에 있거나 한나라당에 몸담은 사람들로 보은인사를 해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싶다.
외교부 소속 외교관과 국정원 등 다른 부처에서 파견된 직원들 간의 뿌리 깊은 ‘따로국밥’ 문화도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한 지붕 공관에 근무하지만 국정원에서 파견된 직원들은 재외공관장 및 외교관들에 대한 일정한 감시역할도 맡고 있어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상하이 스캔들’은 무리한 실적주의와 중국 특유의 ‘관시 문화’가 작동했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이번 일은 땜질 조사에 그칠 게 아니라, 사정 당국은 중요한 국가기밀 유출 여부부터 철저히 조사해 밝혀내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
|
 돌아가기
리스트 보기 출력하기
|
|
|
|
 이 슈
|
|
연재특집
|
코믹스-200727.jpg)
.gif)
.jpg)
 (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