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사 시보로 처음 119안전센터에 배치돼 야간과 휴일 근무를 할 때 구급차를 타면서 느끼는 점이 많다. 소방관이 되기 전에는 구급차는 사고나 질병으로 생명이 위태로운 응급환자들만 이송하는 것으로 생각했고 구급대원이 현장에 도착하면 환자와 보호자들이 환영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구급차를 타게 된 지 어느덧 40여 일이 지난 지금 이런 환상은 깨졌다.
‘무엇이든 도와 드립니다’라는 이미지 때문인지 사소한 감기환자부터 단순히 병원에 가는 택시비를 아끼려고 구급차를 부르는 얌체 환자들이 많다. 물론 이송을 거부할 수 있지만 절차문제와 신고자와의 마찰 때문에 대부분 환자를 이송한다. 하지만 만약 그 시간에 정말로 촌각을 다투는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야간에는 전체 이송환자의 30%가 만취자로 이들은 현장에 도착하면 거의 대부분 폭언과 함께 시비를 건다. 구급대원 폭행사건이 많아서 기존에 구급차 탑승인원 2명에서 1명을 추가로 배치하게 됐다는 말이 생각났다. ‘취해서 그러겠지’하면서도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어느새 가슴에 대못이 하나, 둘씩 박힌다. 연말·연초에 모임도 많고 술자리도 많지만 적당한 음주문화가 정착됐으면 한다.
구급차를 타면서 가장 안타깝게 느끼는 점은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싸이렌을 울리면서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 길을 터주는 차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가 없고 양보하는 미덕이 사라져 가고 있다.
한번은 심정지환자에게 CPR(심폐소생술)을 시행중에 있는데 출근해야 한다고 계속 구급차를 빼달라는 몰지각한 사람도 있었다. 응급실 전용주차장에 주차된 차를 이동할 것을 부탁하면 인상부터 구기는 사람도 다반사다.
어느 예능프로그램에서 유행어인 ‘나만 아니면 돼’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미래는 모르는 것이다. 만약 이 구급차에 당신이나 당신의 소중한 가족이 타고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119를 이용하고 아울러 구급차가 응급환자를 이송할 때 앞 길을 터주는 여유로운 자세와 따뜻한 마음을 갖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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