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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사람들의 공부법 |
2011년01월13일(Thu) |
| 안용호<논설위원,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서울시장과 교육감의 무상급식을 위한 예산다툼이 점입가경이다. 법원으로 가는 것을 넘어 국민투표까지 제안하고 있는 실정이니 걱정을 하다가 웃음이 나온다. 염불에는 뜻이 없고 젯밥에만 관심이 있다고, 좋은 교육을 열망하는 시민의 마음을 포퓰리즘적 시책으로 갖고 놀고 있으니 문득 옛 사람의 공부법이 그리워진다. 교육감이 할 일이 있을까 하고….
학습의 즐거움을 제일 먼저 설파한 사람은 공자가 아닌가 한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공자는 배우는 존재로서 학문을 통해 도덕적 완성에 이를 수 있다고 확신하였다. 자기 자신의 도덕적 향상을 위한 공부야말로 진정한 공부이며 일상 속에서 즐거운 마음가짐으로 죽을 때까지 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공부의 즐거움’ 이것이 공자가 설파한 진리였다. 그러나 오늘날 공부의 즐거움을 아는 학습자가 얼마나 될까?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데는 여러 가지가 있다. 잘 가르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거워하는 것만 못하다’고도 했다. 씹을수록 맛이 있는 것처럼 읽을수록 깊은 뜻이 숨어 있다고 생각된다. ‘나는 나면서부터 안 자가 아니요, 옛 것을 좋아하여 부지런히 그것을 추구한 사람일 뿐이다’라고 평생공부의 중요성을 우회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여기에 교육감이 힘쓸 답이 있는 것 같다.
정자는 송나라 때 발흥한 성리학의 기틀을 마련하여 주희가 성리학을 집대성할 수 있게 해준 대학자로, 왜 공부해야 하며, 어떻게 공부할 것이며,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해 진지하고도 깊이 있는 성찰을 한 분들이다. 학문은 스스로 얻는 것보다 더 귀한 것이 없는데, 자득하지 못하면 늙어서는 학문이 더욱 쇠퇴하게 된다.
또 알면 반드시 좋아하게 되고, 좋아하면 반드시 찾게 되며, 찾으면 반드시 얻게 되리니, 죽는 날까지 공부를 그만두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군자의 학문은 반드시 날마다 새로워야 한다. 날마다 새롭다는 것은 날마다 나아간다는 말이다. 날마다 새롭지 아니한 사람은 반드시 날마다 퇴보한다고도 말한다. 광주교육대학교 정원에 ‘날로 새로워라’는 비석이 있다. 얼마나 어려운 말인가!
만물의 근원이 이(理)에 있지 않고 기(氣)에 있다고 생각한 기 철학자 장자는 의문이 없다면 충실히 공부한 게 아니다. ‘충실하게 공부하면 반드시 의문이 생기나니, 납득이 되지 않는 것 이것이 곧 의문이다’라고 말하면서 어른들이 아랫사람에게 묻지 않는다고 질타한다. 요즘 교실에는 질문하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고 한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주희는 ‘공부는 닭이 알을 품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주자는 만물의 근원은 이(理)이지만, 만물에 형체를 부여하는 것은 기(氣)라고 보았다. 인간은 하늘로부터 이를 받아 태어나며 이것이 인간의 본성을 이룬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공부를 해야 하고, 공부는 스스로 해야 하며, 공부를 하지 아니하면 스스로를 부족하게 만든다’라고 하면서 ‘공부하느라 먹고 자는 것을 잊을 정도가 되어야 학문에 입문할 수 있으며, 그런 후에야 즐거움이 찾아든다’고 말하였다.
주희는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으로 공부할 것을 권하며, 특히 독서를 강조한다. 공부하는 방법은 다른 게 없다. 다만 책을 숙독하고 정밀하게 생각하기를 오래오래 하다보면 스스로 보이는 게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마음이 곧 이라는 심즉리설, 치양지설, 지행합일설을 주장한 왕양명은 ‘스스로 깨닫는 것은 일당백의 공부가 된다’면서 자기학습을 강조했다. 주자의 이기이원론적 사상을 계승하여 발전시키고, 기대승과 4단 7정 논쟁으로 유명한 퇴계는 공부하는 것을 거울을 닦는데 비유하였다. 닦을수록 깨끗해진다는 것이다. 서경덕은 공부하면 성인이 될 수 있다고 공부를 강조하였다.
지리산 자락에서 처사로 지내면서 성리학을 연구하고 실천하는데 힘쓴 조식은 경은 공부의 시작이요, 끝이라고 말하면서 스스로 깨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이는 공부를 하지 않으면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초로 지동설을 주장한 홍대용은 큰 의심이 없는 자는 큰 깨달음이 없다고 말하면서 독서를 강조하였다. 목민심서 등 500권 이상의 저작을 남긴 정약용도 독서를 강조했다.
간추려보면 ‘의문을 가지고 지적성취로 즐거움을 느끼며, 스스로 쉬지 않고 공부하라. 그리고 책을 많이 읽어라’로 요약된다. 밥에 신경을 집중하지 말고,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즐거움을 갖고 공부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고 즐거운 학교학습풍토를 새로 만드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된다. 왜 학원 선생님이 때리면 가만히 있고 담임선생님이 때리면 고발하는가도 생각하면서 말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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