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종부세)로 세상이 시끄럽다. 올해 종부세는 작년의 세 배나 오르기 때문이다. 종부세 대상자 50만가구 중 37%는 1가구 1주택자라니 아마 18만명은 갑자기 늘어난 세금 때문에 생활걱정을 하게 될 것이다.
이야말로 반시장적이고 위헌적인 세금정책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개인의 자유와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세금에 대한 기본 인식이 크게 잘못돼 있다고 본다. 부자에 대한 증오(憎惡)가 세금정책 곳곳에 묻어 있는 까닭이다. 부자에 대한 적개심이나 징벌적 동기가 강조되는 세금정책은 마침내 한국 경제를 망칠 것이다.
아무리 비명(悲鳴)을 질러도 이 정부는 종부세에 손을 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니, “비싼 집을 팔고 집을 줄여가면 양도세를 물고도 돈을 챙길 수 있다”고 조언을 해 주는 경제부총리가 있는 한 종부세는 그대로 이어질 게 분명하다. 사유재산의 처분 문제를 민주주의 국가에서 간섭할 수 있는 것인가 묻고 싶다.
한국과 같이 좁은 나라에서 주택은 무제한 개인자유를 누릴 수 있는 재화가 되기 어렵다. 특히 주택이 투기의 대상이 돼 버리면 그로 인한 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은 명약 관화(明若觀火)한 일이다. 이 나라가 진정 민주주의 국가의 자유시민들의 공동체라면 남의 주거 기회를 손상시키면서까지 사유재산권을 주장할 것은 없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1가구 1주택이라는 주거 소유의 제한에 대한 잠정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주택 문제에 있어 공공선(公共善)이 되는 까닭이다.
그런데 왜 국민은 종부세에 불만을 가지고 있는가? 퇴로를 막고 세금 폭탄을 터트리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다음에 몇 가지 이유를 들어 보자.
첫째, 종부세는 양도소득세 강화와 함께 집값 안정을 위해 책정된 것이다. 일정 가격 이상의 주택 소유를 투기 행위로 보고 높은 보유세를 매겨 세금부담 때문에 집을 매도하게 하려는 취지다. 그러면 공급이 늘어나 집값이 안정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집을 한 채만 소유한 경우엔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양도소득세가 가로막는 것이다. 재산을 많이 축적했다고 보유세는 세 배로 늘리고서 양도소득세로 퇴로를 막는다면 이것이 세금 폭탄이 아니고 무엇인가.
둘째, 자기가 살고 있는 집에서는 소득이 없다. 소득이 없는 사람은 과중한 종부세를 내기 위해 집을 매도하고 다른 곳으로 이사가야 한다. 불안은 계속된다. 장기적으로 종부세를 내지 않아도 될 집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큰 정부를 고집하며 세금 등 국민 부담을 늘렸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의존하면서 시장원리를 거스르고 성장동력을 억누르는 정책이 부메랑이 된 것이다.
셋째, 양도소득세는 형평성(衡平性)의 문제가 있다. 소득이 없는 노인이 높은 보유세에도 불구하고 생계비를 마련하기 위해 집을 매도하게 되면 결국 집만 줄일 뿐 손에 쥐는 돈은 없게 될 것이다. 정부는 국민을 잘나가는 20%와 희망 없는 80%로 편 가르고 양극화(兩極化)의 책임을 가진 자에게 돌렸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선 양도세부터 완화해야 한다. 세금을 매기더라도 명분과 상황을 감안해 납세자들이 최소한의 납득이 가도록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양도차액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징벌적 고율 과세를 해서는 안 된다. 집을 매도해 다른 집으로 이사갈 때는 이사가는 집값을 비용으로 보아 공제혜택을 줘야 할 것이다.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를 완화해야 한다. 종부세가 징벌적적 효과를 노린 점이 없고, 공공선(公共善)을 위배하지 않아야 하는 까닭이다. 누가 봐도 투기의 의도가 없는 경우에도 과도한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
일정 기간 이상의 장기 거주 주택이라든지, 노령의 은퇴생활자라든지, 이런 경우에도 징벌적 세율 적용은 부당한 것이다.
정부 당국은 하루 속히 1가구 1주택에 대한 종부세와 양도세를 폐지해야 한다. 퇴로를 터 주고 거래가 늘어나야 집값도 내리고 시장도 정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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