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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말의 찌꺼기 |
2010년12월09일(Thu) |
| 안용호<논설위원,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성님, 내가 어떠케 돈 번지 아요? 나 노가다에서 일함서 돈 벌었어라우. 벤또를 두 개씩 싸가지고 가서 함바집에서 국물을 얻어먹음서 고생해서 벌었소. 성님하고 밥 먹을라고 나온디 손자 놈이 댕깡을 부려서 혼났소.”
주인을 불러 와루바시(젓가락)를 달라고 했다가 요지(이쭈시게)를 달라고 했다가 술이 한잔 들어가자, 뒷집 아저씨가 정다운 하소연을 하는 것이었다. 힘든 노동으로 고생해서 돈 벌었다는 말인데, 말을 들으니 의외로 일본말이 많이 나왔다. 아직도 우리말에 이렇게 많은 일본말의 찌꺼기가 있단 말인가. 우리가 무심코 쓰는 일본말을 들춰봤다.
노가다, 흔히 공사판 막노동자를 가리키는 말이다. 원래 일본 발음으로 ‘노가타’라고 소리 나는 것을 노가다라고 써왔다. 건축 관련 말에는 유달리 일본말 찌꺼기가 많이 남아있다. 가꾸목(각목), 가다(틀), 가이당(계단), 함바(공사판 식당) 등 아주 많이 있다. 고구려의 장인이 호류지와
오사카의 사천왕사, 나라의 동대사 등을 고마사쿠를 가지고 지었다. 1400년전 일본인은 고구려의 장인 밑에서 현대판 노가다를 한 것이다. 노가다는 ‘노동자’, ‘막일꾼’ 같은 우리말로 순화하여 써야 한다.
고도리, 고도리는 한국인 셋만 모이면 열광하는 일본문화의 잔재다. 고스톱이라고도 쓰는데 고스톱은 한국인에게 인이 박힌 오락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예전부터 우리나라에 투전과 골패 같은 도박이 있었는데 왜놈들이 서울과 각 항구에 ‘화투국’을 설치하면서 화투공화국이 됐다.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려고 표 나지 않게 은밀히 추진한 것 가운데 하나가 화투 보급이었다. 화투가 16세기 포르투칼에서 일본으로 들어왔고 개량하여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알고 좋아해야 할 것은 오동의 새는 쇼군의 상징인 봉황새의 머리이며, 오동잎은 쇼군을 상징하는 문양이다. 모든 그림이 일본 것이다.
땡깡,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쓰는 ‘땡깡부리다’는 말은 일본말로 ‘간질 발작을 하다.’라는 뜻이다. 더 자세한 풀이를 보면 ‘대뇌의 신경 세포가 과잉으로 활동하여 발작적인 경련이나 의식장애 등을 반복하는 상태’를 말한다. ‘땡깡부리다’는 우리말로 ‘간질’이다. ‘억지 부리다’, ‘고집피우다’, ‘막무가내다’ 등의 우리말로 바꾸어 써야 한다. 사랑하는 손자를 환자로 불러서는 안 될 것이다.
부락, 지금도 시골에 가면 부락이라는 안내판을 볼 수 있는데,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일본말 찌꺼기를 볼 때면 씁쓸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부락은 일본에서 천민집단을 일컫는 아주 나쁜 말이다. 일본에서는 천민 신분으로 천업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죄인이나 악귀 따위 등의 집단 거주지를 일컫는 말이었다.
등골이 섬뜩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사람이 아닌 것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은 자기나라에서는 쓰지 않는 말을 조선의 마을에 갖다 붙였는데 ‘조선인 천시’의식의 반영이다. 부락 같은 말은 하루빨리 솎아내어 내가 사는 우리 마을이 천민부락으로 여겨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겠다.
국민, 지금 쓰고 있는 말 중에서 제일 먼저 없애야 할 말이다. 국민은 황국신민의 약자다. 황자와 신자를 줄여서 국민이라고 쓴다. 국민학교라는 말을 초등학교로 고친 이유를 알 것이다. 황국신민 우리가 일본천황의 국민이라는 말인가. 우리 민족은 하늘이 내려주신 ‘천손족’이다.
우리가 지금 고쳐야 할 일본말의 찌꺼기를 열거해 본다. ( )안은 우리말로 고쳤으면 하는 말이다. 단스(서랍장), 무데뽀(막무가내), 가봉(시침질), 계주(이어달리기), 고객(단골손님), 고발(고변), 기라성(쟁쟁한), 대하(큰새우), 돌풍(광풍), 호우(큰비), 고바이(비탈길), 식상(물림), 쓰끼다시( 맛보기요리), 야매(뒷거래), 가라오케(노래방), 빤스(속잠방이), 대합실(맞이방), 결석계(결석이유서), 정상(산마루), 정종(청주), 사바사바(뒷거래) 등 우리말 속에는 뽑아버리고 솎아내야 할 말들이 너무 많다.
말은 바로 혼이다. 우리는 혼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통신표에 썼던 ‘수우미양가’는 일본에서 싸움으로 날을 지새우던 사무라이들의 ‘목베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도요토미히데요시는 오다노부나가가 사람의 목을 많이 베어왔다고 지어 준 이름이다. 우리가 그렇게도 지긋지긋하게 여기는 임진왜란의 원흉 도요도미히데요시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 동안 사용해 왔다는 것이 부끄럽고 한탄스러울 뿐이다.
제일 먼저 부락, 땡깡, 국민, 고도리, 수우미양가라는 말부터 송충이가 목에 들어간 것처럼 놀래 끄집어내 털어버리고 밟아버려야겠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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