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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식의 세계화 |
2010년12월02일(Thu) |
| 안용호<논설위원,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오미자 젤리 위에 앉은 전복, 늦가을 이슬을 맞고 향이 더욱 짙어진 송이를 가늘게 썰어 닭고기와 야채를 우려낸 국물에 담근 콩소메, 단군신화에 나오는 마늘과 김치를 넣은 소고기 말이. 주요 20개국 정상회의를 앞두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서울의 한식당 ‘무궁화’가 내놓은 코스요리다. 참 많이 발전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한국의 맛’을 보여준다고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면서 논쟁 중이다. 한국의 음식은 발효식품이 많아 요즘 같은 참살이 시대에 어울린다는 생각과 식혜, 된장, 홍삼갈비 등 음식 하나하나에 오천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함께 하면서 우리부터 우리 음식을 귀히 여기자는 주장까지 펴고 있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니 어렸을 때 먹었던 소박한 우리 음식이 생각난다. 보리밥과 쌀밥을 주로 먹었던 우리는 음식이 풍족하지 못해 ‘보리 고개’ 라는 고개도 넘었고 밀개떡 보리개떡도 먹고 살았다. 겨울에는 고구마를 쪄놓고 싱건김치 국물을 마시면서 허기를 때우기도 했다. 배불리 먹는 게 소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비만을 걱정하고 너무 많이 먹어 탈인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외국 여행 기억을 돌아보면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때가 많았다. 에티오피아에 갔을 때는 빵과 우유만 먹고 지냈다. 서유럽을 갔을 때도 음식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동남아에서는 베트남의 쌀국수가 기억에 남는 정도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에 오면 다르다. 북경에서 오리고기를 먹었는데 맛이 아주 좋았다. 중국요리나 일본 음식이 맞는다는 것은 우리가 길들여졌다는 의미일 것이다.
북경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홍콩에는 구운 거위요리가 유명하다고 한다. 바삭바삭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껍질에 살아있는 육즙이 감동적이라는 것이다. 또 ‘새우 완탕면’도 좋다고 했다. 꼬들꼬들한 면발과 속이 펑 뚫리는 듯한 시원한 국물이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것이다.
중국 천진의 평산도 소학교의 선생님들과 코스요리를 먹으면서 중국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던 일이 있다. 중국음식 문화는 오랜 왕조문화 때문에 발달해 왔다고 생각되는데 세계로 퍼져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린 음식도 많다. 기원전 16세기에 이윤이 쓴 요리 책에는 맛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고기 중에서 가장 좋은 것으로는 원숭이의 입술, 오리의 발바닥, 제비의 꼬리, 도요새의 팔꿈치, 야크의 꼬리, 코끼리의 코, 그리고 봉황의 알이 있다. 물고기 중에서 맛있는 것으로는 둥팅호의 용상어 , 펑쉬에 사는 다리가 여섯인 붉은 등의 자라, 관수에서 날아다니는 날치가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상어지느러미나 심지어 원숭이 골 등 못 먹을 것이 없어 ‘날아다니는 것 중에는 비행기, 네발달린 것 중에는 책상만 제외하고 모두 먹는다’는 가이드의 말은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미국 닉슨 대통령이 제비집 요리를 먹은 이야기, 곰발바닥 요리를 기다리다 너무 늦게 한다고 요리사를 죽인 황제 이야기, 철갑상어 알을 즐긴 고르바쵸프 수상이야기 그러다가 팔불식이라는 금기 음식으로 이야기가 이어지고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어렸을 때 할머니께서 비틀어진 과일이나 상한 음식을 못 먹게 한 말씀이 떠올랐다.
우리 백성들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았으니 음식은 정치요, 밥상에 교훈을 담아 자녀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쳤으니 음식은 바로 교육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음식에서 도와 예를 특히 강조했다. 밥상 머리에서 음식 먹는 것부터 예절을 가르치고 교육을 시켰던 조상들의 지혜가 놀랍기만 하다.
대학교 앞 일식집에서 초밥과 일본식 쇠고기 덮밥을 팔고, 술집에서 사케를 파는 것은 한국에서 한 장르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세계 여러 나라의 고유음식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고, 우리 음식이 세계로 나가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워 보인다.
한식의 세계화에 앞서 식품의 규격과 안전에 관한 기준이 37가지로 지켜져 관리되고 있다고 한다. 천일염이 2008년까지 식품이 아니고 광물이었다는 것이 그 예다. 잘 모르는 관료나 이해 당사자, 나아가 다국적 기업에 의해 농약이나 유해색소, 유전자 조작 식품들이 우리 입으로 더 많이 들어 온다고 한다.
우리의 밥상주권을 찾자. 그리고 학교급식을 가능한 범위에서 우리 전통 음식으로 하여 각종 유해 식품이나 인스턴트 식품으로부터 우리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어린이의 위까지 다른 나라에 팔아서야 쓰겠는가. 세계 제일의 우리 음식은 우리가 사랑해야 한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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