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날씨로 시작된 11월. 성글어진 햇볕에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동물들의 발길은 분주하고, 아파트 앞 벚나무 은행나무는 어느 사이 끝자락에 봄을 동글동글 말아놓고 잎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가을걷이에 한창인 농부들의 바쁜 손놀림 속에서도 백로의 날개사이로 새털구름이 한가롭고 만산홍엽이 날 보러 오라 손짓하는 독서의 계절 가을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모두가 바쁜 일상이지만 이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작가의 숨결을 찾아 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 보자. 그러면 새로운 생각이 나를 인도하고 새로운 길이 펼쳐져 마음이 한결 풍요로워 질 것이다. 독서는 어두운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고 지혜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가장 아름답고 의미 있는 일은 책을 읽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 선대들은 사람을 평가할 때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을 위대한 사람으로 평가했고, 중국의 위대한 시인 두보는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는 말을 남겼다. 남자라면 모름지기 다섯 수레에 실을 만큼의 책은 읽어야 한다는 뜻으로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그만큼 독서를 많이 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책 읽기를 통해 지혜를 배우고 옛 성현들의 삶을 본받아 힘든 삶도 슬기롭게 헤쳐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책이 만들어 준 길을 따라 과거와 미래로의 시간 여행도 해보고 쓸쓸한 시인의 사랑에 가슴도 저려하며, 또 고대와 현재의 석학들은 어떤 사색을 했으며 꿈을 키우고 어떻게 고뇌하고, 사랑하고 살아가는지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든지 온 가족이 하루를 독서의 날로 잡아 보는 것은 어떨까? 책 읽는 부모와 독서를 통해 꿈도 발견하고 그 꿈을 이루어 나가려고 노력하는 아이들로 이루어진 가족! 아마도 한나절 혹은 하루를 이렇게 도서관에서 보내고 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세상 그 어떤 부자보다도 뿌듯하고 가벼울 것이다.
‘좋은 책을 읽는 것은 과거의 뛰어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는 데카르트의 말이 생각난다. 별 어려움 없이 평생을 살다 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좋은 시간보다 그렇지 못한 시간들을 경험한다. 늘 입버릇처럼 내 한 평생을 책으로 엮는다면 훌륭한 소설이 될 것이라고 고단한 인생을 말한다. 한 사람의 인생 역정보다 더 드라마틱한 문학작품이 있을 수 있을까?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수많은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 경험의 정도는 자신을 벗어난, 즉 자신이 속한 테두리인 혈연이나 지연, 학연 등의 활동 영역을 크게 벗어나기는 어렵다. 경험은 우리가 살아가는 밑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삶의 바탕이 된다고 하여 그 테두리를 벗어나 모든 일을 경험할 수는 없는 것이 아닌가. 사회의 모든 일을 경험한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한계 밖의 일이기 때문이다. 인간 수명의 한계, 능력과 활동영역의 한계 등등.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 한계를 좁혀주는 것이 바로 책일 것이다. 사람이 만든 책보다 책이 만든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독서를 통해 더 나은 자신을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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