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국정감사에 여·야 합의로 채택된 증인들이 상당수 불출석해 국정감사에 애를 먹고 있다.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4일 국감에선 외교관 특채 파문 등과 관련해 기관을 제외한 일반 증인 12명 중 유명환·유종하 전 외교통상부장관, 전윤철 전 감사원장 등 6명이 나오지 않았다. 정무위원회의 4일 국감에선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한 일반 증인 12명 중 이인규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등 6명이 동행명령까지 발부됐는데도 불참했다.
불출석 사유가 볼만하다. 유명환 전 장관은 “심리적 충격으로 인한 건강상 문제 등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일정기간 국외에 체류하는 것이 합당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구속 중인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은 “재판을 앞두고 중요한 피고인 신문을 준비해야 한다”면서 동행명령을 따르지 않았다. 총리실의 전직 조사심의관 3명은 각각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선영을 돌봐야 한다” “풍수지리 강좌를 들어야 한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가 동행명령장을 받고서야 뒤늦게 국감장에 나왔다. 국회의 국정감사를 무슨 장난인 듯 여기는 말과 행동이다. 작년 국감에선 일반증인 258명 중 46명, 재작년엔 249명 중 46명이 불참했다. 올해 국감 기간 중 일반증인 257명 가운데 얼마나 많은 증인이 불출석할지 모를 일이다.
국회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은 증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동행명령을 거부하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회가 불출석한 증인을 고발하는 경우도 드물었고 고발당한 증인도 대부분 약식기소돼 벌금형만 받아왔다. 이런 전례가 쌓여 증인들은 국회에 나가지 않아도 국감이 끝나면 유야무야되기 십상이고 설혹 기소돼도 벌금만 내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티기 일쑤다.
정부가 내년 예산에서 역점을 두겠다는 서민복지 예산부터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내년도 4대강 예산은 3조3000억 원(수자원공사 투자분 포함하면 7조1000억 원)가량이지만, 보건복지 예산은 86조 원 규모다. 올 상반기(1∼6월) 보건복지부가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연간 8000만 원 이상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 29개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한 결과 27개 기관이 보조금의 일부를 개인 용도나 주점 노래방 등에서 유흥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 예산의 발목을 잡을 지경에 이른 공기업 부채도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지난 3년간 110∼130개에 이르는 지방공기업이 벌인 보너스(성과급) 나눠먹기 잔치의 규모만 해도 모두 5501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는 SH공사처럼 1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공기업도 포함돼 있다. 지방공기업들의 불공정한 특채를 비롯한 인사 난맥상에 대해서도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
예산 전용 문제 등 여야 공방에 묻혀 무리하게 집행된 사업을 가려내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다. 야당이 지적한 부분 중 수긍할 만한 것은 정부가 받아들일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아무리 4대 강 사업의 취지가 좋다고 해도 구체적인 사업 내용까지 따지지 않고 넘어가서는 제대로 된 결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도 국감에서 정부 정책을 무조건 감싸는 행태를 보여선 안 된다. 생활현장 곳곳에서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가려운 곳을 찾아내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국회의 역할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감 때마다 세금 낭비를 지적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지만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많다. 여야 의원들도 지역구 선심성 사업의 비효율을 먼저 고백하고 삭감하는 용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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