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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은 축제의 달 |
2010년10월15일(Fri) |
| 박상주<편집국장, 시인> |
지난해보다 일찍 달려온 가을(秋)은 피곤한지 시내 길거리 가로수의 은행잎에 앉아 졸고 있다. 초록 잎 도화지에 붉고 노란 물이 여기저기 튀고, 나뭇잎은 어린아이가 그리다 만 도화지 같다. 단풍잎을 곱게 물 들이기 위해 밤과 낮의 기온 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화장하지 않은 청명한 하늘은 끝 간데없이 높아만 가고 시월의 하늘빛은 더욱 파랗다. 물잠자리와 고추잠자리가 군무를 시작한다. 저 파란 하늘에 손으로 휘휘 저어 명주 한 필 담가 파란 색 물을 들이고 싶다.
최근 훌쩍 지나가 버린 한로(寒露)는 24절기의 하나이며 찬이슬이 맺힌다는 뜻으로 이는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시기이며 날짜는 음력으로 9월 1일이다.
여름새와 겨울새가 제각기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시절이며 기온이 더 떨어지기 전에 추수를 마쳐야 하는 만큼 농가에서는 마무리 타작을 하는 등 몹시 바쁜 시절이다. 샛노랗게 물든 벼 이삭들이 무르익어 서로 볼을 비비면서 “사랑한다, 사랑한다”며 서걱서걱 사랑을 고백한다.
찬이슬이 맺힌다는 한로는 긴 여름을 추억으로 바꾸어 서랍 맨 밑자리에 넣는다. 지난 여름날의 폭풍과 폭우와 불볕더위를 이기고 잘 자라준 농산물들. 그중에 배추는 기후 변화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그래도 위안은 있다. 대다수 곡물이 잘 익어 주었으니 그만해도 축복받은 것 아닌가? 그 뜨거운 여름을 달래고 얼려 농작물을 익혀내느라 고생한 농부들의 수고로움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달은 문화의 달이다. 문화예술회관에는 비엔날레가, 또 최근 끝난 7080충장축제, 앞으로 시작될 광주김치대축제, 남도음식문화큰잔치, 특히 오는 29일부터 함평에서는 대한민국 국향대전이 마련될 예정이다. 벌써 그윽한 국향이 코에 스미는 것 기분이다.
국화뿐만 아니라 오곡과 백 가지 과일이 풍성하게 결실하는 가을은 축제마당이다. 봉화 송이축제, 풍기 인삼축제가 열렸고, 특히 선상에서 즐기는 부산불꽃축제와, 부산국제영화제, 멀리 소래포구축제가 우리를 즐겁게 한다.
시월이 가기 전에 순천만 갈대숲도 온몸을 다해 우리를 부를 것이다. 파랗게 높아가는 하늘 위를 새떼들이 자유를 만끽하고 그들을 따라가다 보면 눈이 시릴 것 같다. 10월을 등에 업고 오는 가을은 기온도 국화를 피워내기 알맞고 활동하기에도 좋은 계절이다.
그 덕분에 꼬맹이들의 축제인 초등학교 가을운동회도 어김없이 열린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하고 목이 찢어져라 응원했던 지난날을 그립게 한다.
특히 운동회의 간절한 기다림이었던 점심시간은 더없는 추억이다. 지금은 어머니가 싼 도시락이 아니라 피자나 닭튀김으로 대신하는 간단한 점심이 많아 아쉽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모든 축제들이 반짝 끝나지 말고 해를 거듭할수록 유익하고 보람되게 오래오래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과 풍성한 이 가을을 함께 나누는 사랑이 가득 차서 넘쳤으면 좋겠다. 시월이 다 가기 전에 지친 사람들과 함께 문화 축제를 즐겨봄은 어떨지.[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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