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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셔블향연의 밤 |
2010년10월13일(Wed) |
| 안용호<논설위원, 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우리는 왕이나 장군처럼 사람을 많이 죽인 사람은 추앙하고 받들어 기리면서, 무명의 장인이나 발명왕 등 문화발전에 공이 큰 사람들은 애써 외면하고 모른 체 한다. 그 이유에 의문을 갖던 차, 신라문화동인회에서 신라문화를 이룩하신 위대한 선사를 기리는 셔블향연의 밤을 개최한다는 반가운 말을 듣고 경주로 향하였다.
3시간을 더 달려 안동댐 영월교 맞은편에 있는 까치구멍집에서 헛제사밥을 먹었다. 헛제사밥은 옛날 선비들이 공부를 하다가 출출하면 제사음식을 만들어 먹었다는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 제삿날이면 ‘단자’라고 해서 제사를 지내는 집에서 나온 음식과 술을 받아다 드시면서 웃고 농담하며 덕석을 짜시던 사랑방 어른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인심이 매우 후한 시절의 아름다운 풍속이었다. 가다가 몇 군데 공부하고 가자는데 뜻을 모으고 차를 달렸다.
처음 들른 곳은 안동시에 있는 ‘임청각’이었다. 임청각은 독립 운동가이며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의 생가이며, 보물 제182호다. 임청각의 이름은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따 왔으며, 우리나라 현존하는 살림집 중에 규모가 크고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고성이씨의 ‘법흥종택’이다.
집의 규모나 크기보다도 이 집에서 아홉 명의 독립운동가가 출생하여 선비가의 높은 지조를 보여 주었다는데서 놀라움이 컸다. 그 분의 나라사랑의 마음은 남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나라가 망하자 위패를 없애버렸다는 대목에서는 가슴이 뭉클하였다.
차는 안동독립운동기념관으로 향하였다. 벽에 크게 ‘독립운동가가 1천명’이라는 글씨를 보고 놀라움이 컸다. 독립유공자가 가장 많은 곳, 한국 독립운동의 성지! 안동! 국내관에는 국내에서 펼친 안동사람들의 항일운동을 소개하고 있는데, 특히 협동학교의 애국계몽운동이 눈에 들어왔다. 5.18민주화운동, 4.19혁명, 광주학생운동, 동학농민운동, 3.1만세운동 등으로 연결되는 남도의 끈질긴 저항운동 모습이 겹쳐졌다.
다음으로 내 앞마을로 이동하여 의성이씨 종택을 둘러보고, 백하구려를 둘러보았다. 주인은 시정에서 일을 하시다가 집에 와서 아주 자세하게 그리고 부드럽고 친절하게 설명을 해 주셨다. 백하구려는 안동의 혁신유림 만주 독립군기지 개척의 지도자 백하 김대략의 집이라는 것이다.
백하는 백두산 밑에서 산다는 의미로 호를 ‘백하’라고 했다고 하며 처음에는 반대했으나 협동학교에도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토방에 큰 바위가 하나 있는데 세 사람이 일본놈들에 의해 목을 베인 곳이라고 담담하게 설명을 해 주셨다. 나도 모르게 주먹이 쥐어졌다.
벌써 저녁때가 되어서 예약해 놓은 창실고택으로 가서 자게 되었다. 방은 온돌이었는데 추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새벽에는 뜨끈뜨끈하였다. 모처럼 자보는 구들장방 체험이었다. 문필봉 밑에 자리 잡은 이곳 덕천골은 청송 심씨들의 집성촌이다. 그런데 민박촌이 되다니 세상 참 많이 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경주시 양동마을로 향하였다. 양동마을은 설창산을 주봉으로 하여 물자모양으로 뻗어 내린 세 구릉과 계곡에 자리 잡고 있다. 이 마을은 상류층 양반들이 대대로 살아 온 곳으로, 조선 시대 가옥 150여 채가 잘 보존되어 있다. 이 마을에서 조선시대 청백리인 우재 손중돈과 성리학자 회재 이언적을 비롯하여 많은 인물이 배출되었으며, 2010년 7월31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한국의 역사마을에 등록되었다.
손중돈과 그의 외손자이며 동방 오현 중의 한 사람인 이언적이 태어난 ‘서백당’과 이언적에게 중종이 지어 준 향단을 둘러보고 관가정을 들어가 보았다. 이름이 말해 주듯이 일꾼들을 감시하는 역할도 했다는 말을 듣고 웃음이 나왔다.
이어서 경주로 향하였다. 계림숲 나물왕릉 앞뜰에서 펼쳐지는 제 49회 셔블향연의 밤은 나를 감동시켰다. 제 1부 신라문화선사 신위제전을 거행하고, 제 2부 향연, 제 3부 음복 순으로 진행되었다.
특히 ‘진리를 예술로 승화시켜 백성을 감동시킨 임들의 신기는 도가 무너지고 사회가 혼란할수록 더 돋보이고 빛나옵니다’라는 대목과 ‘당장에 허둥대는 마음을 제자리에 앉히고 보다 아름다운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보살펴 주시옵소서’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긴 제문은 물질을 뛰어넘어 정신세계로 가는 길을 열어 보이는 것 같았다.
우리교육은 대학입시를 위한 지식교육에 너무 치우쳐있다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이제 그의 가능성으로 남아 있는 재능의 싹을 어릴 때부터 키워 세계를 누비게 해야 한다. 앞으로는 문화의 세계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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