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변화를 선택했다. 정세균 대표체제 2년을 종식하고 한나라당 출신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새로운 대표로 선출한 것이다. 정 후보는 지난 6월 2일 지방선거 승리라는 업적을 남겼지만 대의원·당원은 2년 전체를 평가하고 새 리더십을 고른 것이다. 손 대표는 오랜 칩거를 끝내고 이번 경선을 위해 정치 일선에 복귀했다. 그는 정체성 방황과 지지율 저조에 시달리고 있는 민주당을 재건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손 대표는 유세에서 “변화는 민주당의 힘이요, 집권의 에너지”라고 말했다. 그는 “변화를 통해 잃어버린 600만 표를 되찾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경선에서 ‘대통령 후보 가능성’을 집중 부각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경기도 출신이어서 전국적으로 통할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손 대표의 전략을 포함해 이번 당대회를 관통한 주제는 ‘2012년 집권’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재집권은 당원이 아니라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2012년 12월 한나라당이 많은 실망을 주어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이 많아지면 민주당의 재집권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당의 재집권은 당원에게는 커다란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다. 그러나 대선이 2년여나 남아있는 현시점에서 다수 국민이 바라는 건 우선 민주당이 제1 야당으로 튼튼하게 서는 일이다.
국민은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한나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거대 여당이 탄생하자 국민은 민주당이 집권당을 견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2년의 성적표는 대다수 국민의 기대 이하다. 민주당은 정권의 부실을 합리적으로 지적하고 실용적 대안을 내놓기보다는 거의 맹목적이고 정략적으로 반대에 몰입해왔다.
손 대표는 이번 승리로 민주당의 대권주자 경쟁에서 일단 유리한 고지에 섰다. 호남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민주당에서 비호남 출신 대표라는 점도 유리하게 하지만 정동영 상임고문과 정세균 전 대표 등 잠재적 대권주자들이 최고위원으로 포진한 상태에서 손 대표가 얼마나 당을 통합하고 이끌어가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당의 전당대회는 새로운 인물과 비전 제시를 통해 국민에게 야당의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러나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새로운 인물의 등장도 없었고 이렇다 할 비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반면에 계파 싸움과 상대방의 전력을 놓고 상호 비방전이 치열했다. 국민의 관심은 시들할 수밖에 없었다. 새 지도부는 이런 한계와 후유증을 극복하고 당의 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민주당은 비상대책위에서 당의 노선을 기존의 중도개혁에서 진보적 방향으로 옮기는 강령 개정안을 의결했고 이번 전당대회에서 채택했다. ‘중도개혁’이라는 용어를 15년 만에 폐기한 것이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친서민을 강조하면서 이념적 좌표를 보수에서 중도 쪽으로 이동하자 민주당은 더 왼쪽으로 기울어지는 형국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진정으로 진보의 가치를 중시한다면 실질적으로 서민과 중산층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고 여당과 경쟁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제1야당은 수권정당, 대안정당이 될 수 있는 힘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의 정책에 대해 비판과 견제를 하더라도 합리적이면서 설득력을 지녀야 한다. 국가안보와 관련된 문제나 대북 정책에서도 국민에게 안정감과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민주당이 보여준 무분별한 북한 편들기나 시대착오적인 이념 정치에서 벗어나 대한민국을 위한 상생의 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손 대표는 자신을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는 몽둥이로 써달라”고 했다. 그러나 몽둥이 이전에 민주당의 새로운 정신을 일깨우는 당의 채찍이 되어야 한다. 민주당은 제1 야당의 길을 반듯하고 효율적으로 걸어야 재집권의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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