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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교과서 유감(有感) / 안용호(논설위원, 광주 금당초등학교 교장) |
2007년03월14일(W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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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교육인적자원부는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해 2011년까지 100개 학교에서 시범운영하고 2013년 전면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초·중·고교 학생들은 기존의 책과 교과서 대신 휴대용 단말기를 통해 구현되는 디지털교과서로 수업을 받게 될 전망이다.
책가방 대신 개인용 컴퓨터를 들고 학교에 가고, 수업시간에 책과 연필, 공책이 없이 기기를 통해 교과서와 참고서, 문제집을 보며 모르는 내용을 실시간으로 검색하면서 전자펜으로 수업 내용을 적으면 될 것이다.
디지털 정보의 무한 팽창으로 2010년이면 꿈의 ‘제타바이트 시대’가 열리고, 제 4의 물결인 UCC열풍이 불고 있는 현실에서 디지털교과서의 전면 사용은 당연하고 환상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기존의 체제를 부정하면서 부작용을 함께 경험하게 한다. 우선 전자매체의 효용성이 지식의 습득과 생성 과정에서 종이를 대하기엔 아직 문제점이 많은데 간편성, 이동성, 편리성, 불변성 등에서 종이가 훨씬 낫다. 또 교과서가 자료라는 입장에서 볼 때 지식의 습득과정을 무시한 문제집 풀이식 수업이 이루어질 것이 우려된다. 이 때문에 개인별 기준학력 격차가 심화될 것으로도 예상된다.
다음으로 VDT증후군 등 건강 문제도 커다란 문제다. 우리 어린이들은 가공식품의 과다 섭취와 수입농산물, 다당류 등 불균형 식단으로 비만이 늘어나고 있으며 지구력이 약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여기에 디지털교과서까지 사용하게 되면 VDT증후군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며 시력이 극심히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또 지적할 수 있는 것은 학교 인프라 구축이 만만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필자는 유비쿼터스 수업을 전국, 아니 세계에서 처음으로 2006년 5월에 선보였다. 휴대용 단말기의 값도 100만 원대가 넘고, 단말기에 정보가 뜨게 하기 위해서는 무선랜 망을 설치해야 한다. 돈이 너무 많이 든다. 현재의 기술로는 정보가 자주 끊기는 것도 문제다.
우리는 그동안 외국의 많은 교육 이론들을 수입하여 우리 것으로 만들어 적용하여 왔다. 실패한 것도 있고 성공한 것도 있다. 그런데 우리의 많은 것을 너무 쉽게 버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교육은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개혁을 하더라도 서서히 하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을 지난 교육의 실패에서 배운다.
적어도 초등학교의 경우 기초·기본교육을 충실히 하여 기준학력을 성취시켜 주어야 한다. 모든 학생의 학업성취를 보장하는 유연한 교육체제를 구축하여 지식기반사회형 학업성취를 높여주어야 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전자칠판을 구경하는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교육에 관심있는 분들은 누구나 학력저하 문제를 우려한다. 그리고 필자는 절차적 지식을 습득하는 학습 자체가 적게 이루어질 것을 더 우려한다. 더구나 김 부총리는 문서뿐만 아니라 동영상 애니메이션, 가상현실, 하이퍼링크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통합 제공하는 한편, 사회 각 기관의 학습자료 데이터베이스와 연계해 폭넓은 학습 자료를 제공받아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교과서 모형을 제시했는데 초등학교 어린이에게는 수준 높은 디지털리터러시를 요구하기 때문에 학습 장애가 더 우려되는 실정이다.
교육사적으로 보면 디지털교과서 도입은 혁명적 사건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우리교육의 문제점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우리교육의 본래 모습을 찾아 교육본질추구에 매진하는 교육공동체가 이루어지길 바랄 뿐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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