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공연 뒤 물품 판매 ‘기승’…미안한 마음에 구입
광주·전남지역 수십곳 판매행위…강력한 단속 요구
“자식들에게는 말도 못해. 용돈도 안주고 재미삼아 가는 그곳도 못 가게 할까봐”
69살의 김모 할머니는 요즘 말 못할 고민에 빠져 있다. 경품을 준다는 말에 혹해서 행사장을 다니다보니 자식들이 매달 보내주는 80여만원의 생활비를 물건 구입에 모두 써버렸기 때문이다.
최근 노인들의 쌈짓돈을 노린 공연행사식 물건판매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경찰의 강력한 단속이 요구된다.
도심까지 파고든 이들은 경품을 앞세워 노인들을 행사장으로 모은 뒤 얄팍한 상술로 노인들의 호주머니를 털어내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10시 광주시내 한 외곽 행사장 입구.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출입구는 모두 진한 색깔로 되어 있어 안을 들여다 볼 수 없다. 잠시 후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주부 한 명을 시작으로 등이 굽은 할머니부터 잘 차려 입은 아주머니들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출입문 속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행사장에서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왔고 흥겨운 분위기가 이어졌다. 어느 정도 흥이 오르자 본격적인 상품 홍보가 시작됐고 치약, 샴푸 등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물건부터 고가의 주방용품, 참숯전자요, 음이온 정수기, 눈의 피로를 없애준다는 건강보조식품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소개됐다.
안에는 100여명 이상 사람이 모여 있었고 적잖은 물건이 팔렸다. 한번 입장할때마다 상품과 바꿀 수 있는 티켓 3장이나 간장 1병씩을 주기 때문에 공짜에 맛들인 단골들이 많은 것이다.
마땅히 갈 곳없는 노인들에게는 이곳이 휴식 공간이기도 하다.
2개월째 이곳에 다닌다는 한 아주머니(59·광주시 두암동)는 “처음에는 공짜에 맛들였다가 나중에는 ‘미안한 마음’을 견디지 못하고 영업사원의 상술에 넘어가 용돈을 모두 날리고 고민하는 할머니들이 적잖다”며 “그런 분들을 보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이들 영업사원들은 오전과 오후 2차례에 걸쳐 노래도 하고 상품도 판매하는데 시중보다 다소 싼 미끼상품도 있지만 훨씬 비싼 것도 적지 않다는 것.
현재 광주시내에는 이같은 형태의 영업장소가 취재 기자가 확인한 결과 하남, 두암동, 화정동 등 5곳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남 군 단위에서도 농번기가 시작하기전 수십곳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이같은 판매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소비자센터 간사는 “공짜로 휴지나 선물공세에 대부분 노인들이 미안한 마음에 물건을 사주게 되는데 노인들은 업자들의 상술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 되며, 피해를 본 경우에는 센터에 전화해서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해 소비자센터에는 60세 이상 노인상대 피해사례만 광주에서 약 1천237건이 접수됐으며, 이중 840여건이 건강보조식품 구입 등에 따른 것이다.
아직도 이같은 상흔이 계속되는 한 피해자는 늘어날 전망이이어서 관계당국의 강력한 단속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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