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개헌 논의 국민합의 있어야 |
2009년09월07일(Mon) |
| 이준구<주필, 시인> |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자문위원회가 복수의 권력구조 개편 방안을 포함한 개헌안 연구 최종보고서를 8월 31일 발표했다. 그중 이원(二元)정부제는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고 국무총리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다. 몹시 충격적이다. 그것은 민주당 이강래 원내대표가 “현재 개헌 논의는 대통령이 진두지휘하고 국회의장이 추진하며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밀어붙이는 형국”이라며 발을 걸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개헌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10월 재·보궐선거 및 내년 지방선거의 국면 전환을 위한 것이라는 불신을 깔고 있는 것이다.
자문위가 마련한 4년 중임제 개헌안은 현행 감사원의 회계 감사 기능을 국회로 이관토록 하고,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도 삭제하는 등 국회의 기능을 대폭 강화하도록 했다. 이원정부제 개헌안은 헌법 및 국가 수호의 역할은 국민 직선으로 선출한 대통령이 맡되, 일상적인 내치(內治)는 국회에서 선출되는 총리가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군사정권에서 민간 정부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탄생한 현행 헌법은 대통령 장기집권의 싹을 원천적으로 잘라버리고 제도적 민주주의를 정착시켰다.
하지만 1970~80년대의 시대 상황을 담고 있는 이 헌법의 한계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선 일단 대통령에 선출되면 더 이상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고, 갈수록 레임덕 현상이 조기에 나타나면서 임기 중반 이후 대통령의 리더십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된다.
4년 중임제를 택한다고 해도, 인기 2년차에 접어들면 국정의 중심이 재선 성공 전략에 맞춰지고, 재선된 대통령 역시 임기 중반 이후 단임제 대통령 못지않은 레임덕 현상을 맞을 수밖에 없다고 본다.
어떤 제도가 다른 제도보다 월등히 낫다고 하기도 어렵다. 우리 실정에 완벽하게 맞는 제도가 무엇인지도 논란거리다.
그러나 지금 여권이 제기하는 것은 단임제의 문제가 아니다. 이른바 대통령의 제왕적 성격이다. 권력이 대통령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어 정당 및 의회정치를 고사시키고 권위주의 체제로 퇴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권력을 대통령과 총리 또는 정당이 공유하는 행태의 분권형 권력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가장 신경 쓴 대목 가운데 하나는 대통령의 철권통치를 막는 것이었다. 그래서 총리의 각료 임명제청권, 국회의 각료 해임결의권 등 내각제적 요소를 여럿 포함시켰다.
이런 헌법 정시에 충실해지려 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계급장 떼고 붙어보자는 요청을 김근태 장관으로부터 받기도 했고, 일선 검사들과 방송 프로그램에서 맞장 토론을 벌였다.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사람인 것이다.
반면 MB 정권 출범 이후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국정원 등 권력기구는 대통령의 말에 순종했다. 방송 장악은 물론 정치적 반대세력 척결을 위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기도 했다. 행정부처도 대통령의 관심사인 대운하를 위해 국가의 자원을 쏟아 부었다. 법도 절차도 비판도 모두 묵살했다. 대 여당 한나라당은 홍위병을 자임해 대통령의 관심사항 관철에 앞장섰다. 그야말로 제왕적 대통령이 출현한 것이다.
대통령의 제왕적 행태를 문제 삼는 것은 옳다. 사실 지금 대통령을 제왕으로 만든 일등 공신은 여당 지도부다. 이들은 앞장서 당정 일체화를 추구하고 대통령의 충성을 자임했다. 따라서 여당은 대통령의 제왕적 행태부터 바꾸도록 해야 한다. 그건 최소한의 예의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제왕적 행태를 공감하지 못할 것이다. 이른바 ‘자과(自過) 부지(不知)’가 그것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중도 강화’와 ‘친서민·중산층 정책’ 등을 강조하고 있다고 본다. 이는 천만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 ‘중도 강화’에 감화된 까닭이다.
그럼 중도(中道)란 무엇인가? 중도는 중용(中庸)인 것이다. 중용은 대단히 평범한 덕이다. 하지만 진리는 평범 속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용은 무슨 일이나 극단에 흐르지 않고 과격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다. 모자라지도 않고 지나치지도 않는 적정(適正)의 상태다.
공자는 중용에서 군자시중(君子時中)이라고 갈파했다. 군자는 그때 그 경우에 꼭 합당하고 적절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대소사를 막론하고 그 상황에서 꼭 알맞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중용은 일종의 균형의 감각이요, 조화의 센스요, 적정의 지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시중(時中)’의 진리를 하루 속히 깨달아야 한다. 이제 서민 자활금융 활성화 등 서민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3자녀 서민가정에 대한 공공분양 주택 및 국민임대주택 공급 물량을 늘려야 한다.
대통령은 목전(目前)에서 해고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구제해야 한다. 여야 합의로 비정규직법이 개정된다 해도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 강화’는 어떻게 실천해야 할 것인가? 다음 몇 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중도 강화’가 도리어 국민의 실망으로 끝나지 않을까 싶어서다.
첫째, 대통령은 개헌 논의를 중지해야 한다. 개헌은 국민의 합의 없이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개헌 논의를 독재의 시작이라고 보고 있다.
둘째, 사회통합은 구호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정책과 입법을 통해서 달성돼야 한다. 정부가 ‘중도 강화’를 표방한 것은 지금까지의 정책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쳤다는 것을 인정한 까닭이다. 사회통합을 위한 서민들의 진심 어린 동참을 이끌어내야 한다.
셋째, 중도 강화의 정책노선은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원리에 철저히 종속돼야 한다. 정책 집행과 공권력 행사는 헌법이 규정한 기본권 보호 및 사법권 독립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지금부터라도 개헌 논의를 접고 서민을 위한 덕치주의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
|
 돌아가기
리스트 보기 출력하기
|
|
|
|
 이 슈
|
|
연재특집
|
코믹스-200727.jpg)
.gif)
.jpg)
 (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