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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규모 정리해고 파고 넘어 윈-윈 상생안 도출했지만…<금호타이어 교섭 타결 의미와 전망> |
2009년09월06일(Sun) |
‘사실상 백기투항’ 노조 내부 반발론 해결 급선무
광주공장 생산라인 해외 이전 의혹 눈초리도 남아
노사간 위기극복 공감대 마련 계기는 긍정적 평가 |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오던 금호타이어 노사 교섭이 벼랑끝에서 극적으로 타결됐다. 노사 교섭위원들이 “잘해 보자”며 상견례를 가진 지 117일, 첫 파업에 돌입한 지 꼬박 69일만이다.
이로써 두 차례의 직장폐쇄와 전면 파업, 정리해고 명단통보, 공장점거 등 극단으로 치닫던 노사 대치정국은 넉 달만에 풀리게 됐고, 대량해고 사태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여러 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간 매출액 2조6천억 원의 세계 10위의 타이어 브랜드라는 무게감 때문에 금호타이어 내부 갈등은 지역 경제계는 물론 전국적 관심사로 떠올랐고 비록 여러 주변 상황상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쌍용차 사태’와도 늘상 비교됐다.
이틀에 걸친 ‘끝장 교섭’ 결과를 놓고 볼 때 외형상 사측은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고수했고, 노조측은 기득권 일부를 양보하는 대신 대규모 정리해고의 파고를 넘어섰다.
우선 회사측은 “노사간 대화로 위기극복의 공감대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고 자체 평가했다. 또 회사경쟁력 향상을 위한 구체적 협력방안에 합의, 노사간 윈-윈의 상생안이 도출됐다는 점에도 방점을 찍었다.
노조측도 ‘파국은 막아야 한다’며 대승적 차원에서 상당 부분의 요구안을 양보하고 극단적 투쟁을 지양 또는 자제했다는 점에서 여론의 지지기반을 다지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계 한 관계자는 “장기파업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은 발생했지만 노동계와 정부 공권력의 극단적 충돌을 피하고 노사간 자율 타결을 일궈냈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는 쌍용차 사태이후 급속히 얼어붙은 노사관계에 모범적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만만찮다. 우선 “사실상 백기투항”이라는 노조 내부의 반발론을 어떻게 잠재울 것이냐 하는 문제다. 한 노조 간부는 “일부 강경파의 푸념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어서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향후 조직력 약화로 이어질 지 고민하는 대목이다.
회사측이 임금 동결, 임금성 수당 유예, 복지 축소, 국내공장 축소 등 고용과 생존권을 후퇴시키는 안을 제시하고도 넉달째 20여차례의 협상이 진행되는동안 수정한 한 번없이 원칙만을 고수한 점도 갈등의 한 요인이었다는 지적이다.
지역 경제계 한 소식통은 “금호타이어측이 이미 2년전 ‘노사교섭 시나리오’를 만들었고, 이번 교섭 과정은 대부분 이 시나리오에 입각해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해 사측의 경직된 교섭 태도가 일찌감치 예고됐음을 시사했다.
금호타이어의 모태인 광주공장을 중심으로 극한 갈등이 빚어지고, 이같은 상황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기업은 물론 지역 이미지까지 만신창이됐음에도 노사 모두 표면상 임금과 노무비 경감을 이유로 힘겨루기에 나선 점도 시기적으로나, 방법적으로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회사측이 광주공장을 아예 철수하고, 해외로 생산라인을 옮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교섭 타결의 그림자로 남게 됐다.
향후 노사관계도 결코 밝지만은 않다. 지난해 임금 및 단체교섭에서는 431명의 구조조정안이 핵심 쟁점이었으나, 올해는 그 수가 64%나 많은 709명으로 늘었고, 무노동 무임금과 인력 재배치 등 전에 없이 강도높은 요구안까지 제시돼 일찌감치 예사롭지 않은 갈등이 예고됐었다.
한 중견 노조원은 “2000년 이후 신입사원 채용이 거의 없어 기계를 돌릴 근로자도 부족한 판에 확대된 정리해고안까지 나와 내년 임단협이 벌써부터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런 추세로라면 내년에도 구조조정 회오리가 잔잔하지 않은 것이라는 염려에서다.
그러면서도 노사 양측은 “파업에 따른 후유증 극복과 고객신뢰 회복, 합의사항에 대한 차질없는 실천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금호타이어가 갈등의 터널에서 얼마나 빨리 벗어날 수 있을 지 지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송시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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