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문화유산으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한글이다. 세계 여러 민족과 국가는 말은 있으나 글자가 없어 로마자인 알파벳을 비롯한 상형문자를 사용하고 있다. 우리의 독창적인 한글은 소리글자로서 소리글자인 로마자의 알파벳은 26자인데, 한글은 자음 14자 모음 10자를 합성하여 24자로 모든 말과 소리를 기록할 수 있다.
이러한 값진 문화유산인 한글이 일본강점기에는 우리의 말과 글 말살정책으로 빛을 보지 못했고 한글창제 당시인 조선시대에는 중국의 한자를 숭상하는 사대주의 세력이 한글을 배척하기도 했지만, 해방 후는 우리말 우리글인 한글로 국어 교육의 근간을 이루고 있고 한글은 남북한과 중국의 연변 자치주에서 한글과 우리말을 쓰고 있다. 글을 몰라 어리석은 백성을 불상이 여겨 구제하려고 쓰기 쉽고 배우기 쉬운 한글을 창제하였던 세종대왕의 의도가 실현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자랑스러운 한글의 우수성을 망각하고 있으며 타민족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우리 민족만의 문자로 인식되고 있고, 외국에 이민 간 우리 민족의 2세들은 우리글인 한글을 읽지 못하고 우리말을 못하는 사람이 상당수가 있다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민족은 고유의 언어가 있으며 언어가 없어질 때 그 종족은 타민족에 흡수되어 버린다.
민족의 언어는 있으나 민족 고유의 독창적인 글자가 있는 나라는 드물다. 현재 문자가 없는 소수민족의 언어는 전 세계에 6천600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국어 학자들이 언어만 있고 글자가 없는 소수민족에게 한글을 보급하려고 노력했지만 실패했으나, 한글이 처음으로 해외에서 소수민족의 공식문자로 채택되었다고 지난 6일 보도되었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글자로 소수민족 고유의 말을 쓰고 읽는 것이다. 훈민정음 학회(회장 김주원 서울대교수)는 6일 인도네시아 술라웨이 주(州) 부론섬 바우바우 시(市)가 이 지역 토착어인 찌아찌아 어(語)를 표기할 공식문자로 한글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인구 6만여 명의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은 문자가 없어 찌아찌아말이 없어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에 훈민정음학회가 이들에게 공식 문자로 한글 채택을 권했고, 시와 지난해 7월 교과서 제작·보급 등 한글 보급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함으로써 한글을 쓰는 ‘민족’이 또 하나 태어난 것이다. 한글이 우리 민족 아닌 타민족이 선택한 글자라는데 우리는 기뻐한다. 한글이 우리말만 표현하는 데서 발전하여 다른 민족의 언어를 표현하는 글자로 쓰이게 된 것이다.
문자를 갖지 못한 다른 많은 소수민족이 자신들의 언어를 읽고 쓰기 위한 문자로 한글을 선택할 수 있다면 ‘한글의 우수성’은 보다 널리 알려질 수 있을 것이다. 한글이 세계 최고 수준의 문자라는 사실은 이제는 새롭지 않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찬사도 차고 넘친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한글과 관련된 논의는 그런 최고의 찬사 속에 화석처럼 갇혀 있었던 듯하다.
그것은 정작 한글이 ‘민족문자’로서의 한계를 넘지 못했으며, 제 나라 제 국민으로부터도 여전히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한 까닭이다. 한글이 유네스코의 세계 기록유산으로 지정된 것은 1997년이다. 1998년부터 2002년 말까지 진행된, ‘문자 없이 말만 있는 언어’ 2천900여 종에 가장 적합한 문자를 찾는 유네스코의 연구에서 한글은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비록 한국 정부의 후원을 받기는 하지만 유네스코가 문맹퇴치 기여자에게 주는 상도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이다. 한글은 지구상 100여 개의 문자 가운데 만든 이와 제작 원리와 이념 등이 정리되어 있는 유일한 문자다. 또 언어학 연구에서 세계 최고라는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언어학대학이 합리성·과학성·독창성·실용성 등의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긴 결과 1등을 차지한 문자 역시 한글이다.
이처럼 우수한 우리글인 한글은 컴퓨터 자판에서 글자를 칠 때도 한글의 편리함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한다. 한글의 우수성을 인식한 세계 각국의 소수민족들이 자기 민족 말을 쉽게 표기하고 의사를 전달하여 문맹을 탈피하기 위해, 쓰기에 가장 편한 글자를 선택할 때 한글이 선택되고 한글이 보급된다면 우리 한글은 가치가 새롭게 부각될 것이다.
우리는 한글을 더욱 쉽게 가르칠 수 있고 보급할 수 있는 교육자료 개발과 교사교육과 인적자원 지원에 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글이 문자가 없는 민족들의 민족 정체성과 문화를 보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찌아찌아족에 이어서 문맹이 많은 나라에서 한글을 쉽게 익혀 문맹 퇴치의 효과를 거둔다면 한글 보급은 더욱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글자를 가진 국민이 글자가 없는 국민을 돕는 것은 국제 친선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앞으로 한글이 국제사회의 가장 우수한 글자로 부각되고 저항 없이 보급하려면 한글을 선택하는 국가정부와 정부끼리 원만한 상호협력 체제가 수립되고 한글 교육을 하기 위한 인적자료인 교사양성과 물적 자료인 교과서를 비롯한 학습 자료가 개발되고 보급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한글이 우리민족 아닌 타 민족이 한글을 선택하여 문맹퇴치를 하는 초석이 놓였다는 것을 축하하면서 우리의 상품수출 못지않게 우리의 문화유산들이 외국에 알려지게 해야 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우수한 글자인 한글이 찌아찌아어(語)를 표기할 공식문자로 채택되어 다른 민족을 돕는데 쓰일 수 있어 기쁘고 자랑스럽다.
앞으로 한글보급을 위한 노력으로 세계 각국에서 한글의 우수성을 알고 이용할 수 있게 하여 세종대왕의 뜻이 세계에 펼쳐지는 날이 앞당겨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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