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8월 5일 141일간 북한에 억류돼 있던 여기자 두 명을 데리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는 고무적 현상이다.
그것은 이번 방북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긴장 관계를 유지해 왔던 북·미간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에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국 측은 클린턴의 방북이 개인자격이며 여기자 석방문제에 한정된 것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전직 대통령이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남편이 김 위원장과 회동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북핵 제1차 위기 때인 1994년 6월 방북한 지미 카토 전 미 대통령이 당시 김일성 주석과 회동해 북·미 대화의 물고를 튼 과거의 궤도를 그대로 밟았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북한은 지난 6월 이들 여기자에게 조선민족 적대죄와 무단으로 국경을 침입한 죄를 물어 각각 12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한다고 밝혔으나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맞춰 이들을 특별 사면했다.
북한 조선통신은 8월 5일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 결과에 대한 ‘보도’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미국 기자 2명의 행위에 대해 사과의 뜻을 표했다”고 밝힌 후 김 위원장이 이들을 특별사면, 석방조치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북한은 유씨가 탈북책동 등의 불법행위를 했다며 130여일이나 억류하고 있지만 명백한 협의를 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미 여기자 석방을 계기로 유씨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정부도 북측의 경직된 자세만 탓할 게 아니라, 대화와 협상의 장으로 이끌어낼 창조적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
당국은 북미관계 진전에서 우리가 소외되지 않도록 새로운 통로 마련 연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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