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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오련이 남긴 것 ‘도전’ |
2009년08월09일(Sun) |
| 전만오<편집국 기획취재부> |
-신호가 10번 이상 울리고 나서야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로 헐레벌떡 전화를 받았다. “네 조~오련 입니다.” 마치 이등병이 관등성명을 대듯 맑고, 씩씩하게 전화를 받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전화 참 힘차게 받으시는 군요” 라고 인사했더니 “앗따, 내 성격이 원래 그렇잖소, 우울했던 사람도 내 전화 받으면 힘내제”라며 화통하게 웃었다. 누구보다 위풍당당했고, 꾸밈이 없었다. 그러던 그가 4일 갑자기 우리 곁을 떠났다.- 이는 조오련 씨가 사망하기 얼마 전 어느 언론사와의 인터뷰 기사 내용이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58)은 항상 당당했다. 자신감으로 가득 찬 그의 정신 무장은 후배 수영인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도적 역할을 했다. 그런 그가 심장마비라는 사인으로 전남 해남 자택에서 사망한 것이다. 1952년 해남에서 태어난 그는 평생 수영에 몸을 바친 수영인 이었다. 일곱 살 때부터 수영을 시작한 그는 18세 때 서울로 상경해 본격적으로 수영을 시작했다. 1970년 당시 19세의 나이로 제6회 방콕 아시아경기대회에 참가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고 아무도 금메달을 따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자유형 400m에서 1등을 했다. 당시 기자들은 조오련 에게 관심조차 없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 기자들이 몰려와 수영복 차림으로 호텔복도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일화도 남겼다. 당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아시아의 물개’가 탄생한 것이다. 또한 고향인 전남 해남의 영웅도 됐다. 이때부터 수영계도 조오련을 주목하기 시작해 58세의 노령까지도 수영과 함께 한 생애는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영면의 길로 접어들었다.
특히 그는 시골에서 상경한 뒤 1969년 6월 전국체육대회 전국 예선에서 수영복도 없이 사각팬티만 입은 채 400m와 1500m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비록 가난했지만 수영을 사랑하는 그의 투혼이 엿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중에 웃으면서 추억으로 그 당시를 되뇌곤 했지만 당시 그의 마음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지는 아픔을 겪었을 것이다. 그 수영복의 한이 그를 ‘한국 수영계의 큰 별’로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는 또 1974년 제7회 아시아경기대회 자유형 400m, 1500m 1위, 200m 2위 등을 차지하는 등 은퇴할 때까지 50여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단한 기록임에는 틀림없다.
은퇴이후 1980년에는 1972년 일본의 다카마 쇼지가 실패했던 대한해협 횡단에 도전한 조오련은 13시간 16분 만의 사투 끝에 성공했다. 당시 그는 전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2년 후인 1982년에는 도버해협을 9시간 35분 만에 횡단해 세계만방에 그의 투혼을 알렸으며, 지난 2003년 한강 600리 완주, 2005년 울릉도~독도 18시간 만에 횡단, 지난해 3.1독립선언문 33인을 상징해 독도 33바퀴를 완주하는 등 끊임없이 도전했다. 그는 또 국가대표 수영선수로 활동하던 아들 등과 함께 독도까지 100㎞를 헤엄쳐 건너기도 했다.
여기서 특이할 만한 것은 그의 나이 50세가 넘어서도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망 직전까지 환갑을 눈앞에 두고도 자신의 할 일을 지켜 나간 것이다. 바로 대한해협을 30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것으로 그의 건재함을 과시 하려 했지만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접고 만 것이다. 이러한 노령의 도전은 이제 영원한 귀감으로 남게 됐다.
그는 평소 주변에 “30살 때 대한해협을 횡단한 만큼 30년이 지난 2010년 8월 15일께 대한해협을 다시 횡단 하겠다”며 “호적상 나이가 58
세, 실제 나이로는 60세 환갑이 되는 내년 대한해협을 횡단해 수영인생을 마무리 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대단한 열정이 아닐 수 없다. 이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그는 지난달 27일까지 제주도에서 전지훈련 등을 했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의 2010년 대한해협 도전은 많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이었기에 그의 죽음이 더욱 안타깝고 허망하지 아니할 수 없다. 스폰서가 결정되지 않아 훈련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그의 후원자는 겨우 동창들과 친구들이었다고 한다. 체력을 비축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식단도 제대로 꾸려지지 못해 마음고생도 있었다고 한다. 그에게 만약 전문적인 식단 관리 등 몸 관리를 해주는 전문 매니저가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생긴다.
이제 그의 불굴의 투혼과 도전정신은 온 사회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각계의 모든 분야를 막론하고 ‘도전’이라는 희망을 남겼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무기삼아 생을 다하는 날까지 투혼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는 작금의 경기악화로 시름에 잠긴 민초들에게는 용기백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그의 그칠 줄 모르는 도전정신을 시대적 거울로 삼아야 한다. 아울러 우리들 삶의 가치도 한번쯤 재평가해볼 필요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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