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방문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평양 공항에서 북한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그는 북한에 억류된 미 여가지 2명의 석방을 위해 특사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했다. <뉴욕=AP/뉴시스>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이 4일 평양을 방문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북한에 구속된 미국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북한 측과 협상에 나서게 된다.
클린턴의 방북은 대치 국면에 있었던 북한과 미국의 대화 물꼬를 터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 전 대통령의 방북은 1994년 6월 평양을 방문해 고 김일성 주석과 회담한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이후 2번째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대통령 퇴임 직전인 2000년 말 방북을 검토했지만 무산된 바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 측은 기자의 석방 협상과 핵 문제 등 주요 현안을 구분해 협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며 클린턴의 방북에 미 정부 당국자는 동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평양공항에는 김정일의 종매부인 양형섭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나와 영접했으며, 북한 화동이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클린턴 전 대통령은 기자의 질문에 “노코멘트”로 일관했으며, 북한 당국자들도 클린턴의 방북 목적을 밝히지 않았다.
그동안 미국과 북한 양국은 ‘뉴욕 채널(유엔 대표부를 통한 접촉)’을 통해 미국 여기자의 석방 문제를 협의해 왔다.
북한은 클린턴 전 대통령과 정부 국무위원들을 평양에 보낼 것을 요구했으며, 미국 측은 핵 문제와 정치 문제를 분리한다는 방침을 견지하면서 특사 파견 가능성을 시사해 왔다.
현재 북한에 수감 중인 여기자는 미국 케이블방송 ‘커런트TV’ 소속 중국계 로라 링과 한국계 유나 리 등 2명이며, 지난 3월17일 중국 길림성 두만강 부근에서 취재 중 북한군에 연행됐다.
미 여기자들은 이후 북한의 중앙법원에 기소된 이후 지난 6월8일 불법국경출입죄와 조선민족적대죄로 노동교화 12년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클린턴 정부 시절인 1993년 북한은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으며, 이듬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거부한 바 있다.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자 카터 전 대통령이 1994년 6월에 평양을 방문, 김일성 주석과 회담을 갖고 핵개발 동결 등의 합의를 이끌어낸 바 있다.
이번 클린턴의 방북을 계기로 향후 북미 관계에 어떤 변화 구도가 형성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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