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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호르몬의 역습 |
2009년07월08일(Wed) |
| 안용호<전 광주시교육청 장학담당장학관> |
호르몬, 누구나 호르몬의 역할을 알고 있다. ‘재촉하다(horman)’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명칭인 호르몬은 인간의 성장과 발달은 물론이고 성욕과 생식 능력, 행동과 지능, 체력, 기억과 노화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모든 생리적인 기능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친다. 호르몬은 정교한 기계처럼 작동하며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우리 몸에 영향을 주고 지배한다.
그런데 외부로부터 들어온 화학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와 호르몬처럼 작용하여 각종 병을 일으킨다든가 생식능력을 저하시키고 행동과 지능에 영향을 준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인데 그것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현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호르몬의 영향이 그것이다.
에스트로겐 계열의 약을 임신 기간에 복용한 결과 아주 적은 양으로 자궁 속에 들어 있는 태아에 작용해 평생 육체와 정신과 성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나왔다. 환경호르몬의 피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 자궁 속에 있는 태아나 어린이들이 환경호르몬에 취약하다고 한다. 5억년 동안 변하지 않은 생명체의 신호 물질이 도전 받고 있는 것이다. 두려운 일이다.
환경호르몬은 ‘내분비계 장애 물질’, ‘호르몬 교란 물질’이라고도 불리는데 공식 명칭은 ‘내분비 교란 화합물’이다. 화학연료에서 얻은 부산물과 건축용 블록, 살충제, 세제, 플라스틱 등 현대인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 많아 사용하는 물건 속에 인체로 흡수돼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인공 화학물질을 말한다. 감자칩 10톤 속에 소금 알갱이 하나 정도의 아주 적은 양의 호르몬만 있어도 강력한 영향을 발휘한다.
환경호르몬의 영향력은 미국 의회가 환경보호국에 환경호르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라고 지시할 정도로 심각하다. 현재까지 미국 환경보호국은 500건이 넘는 환경호르몬을 연구해 왔다. 그 결과 생식기관을 변형시키고, 불임을 유발하며, 각종 여성 질환을 일으킨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학습 및 행동장애를 일으키고, 면역결핍이나 갑상선 장애 등을 일으키며, 생식 기관의 암 발생빈도를 높인다는 것도 밝혔다. 특히 정자수가 1억2천만 개에서 3천만 개로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불임은 큰 문제다.
환경호르몬은 특히 화학물질에 많이 들어 있다고 추정된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에서만 만들어진 화학 물질의 수는 8만 7천 종류가 넘는다.
지금도 계속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매년 2천개가 넘는 화학물질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많이 들어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먼저 살충제이다. 살충제로 1년에 300억 달러를 벌어들인다. 1943년 스위스의 파울 뮐러가 발명하여 노벨상까지 탄 DDT는 22억6천800만 킬로그램이 집안팎에 뿌려졌다. 피해가 너무 커 카슨은 ‘침묵의 봄’을 썼다. 미국 내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들의 해외 수출량은 1천950톤이나 되며 해마다 6만2천500톤의 살충제를 수출하여 왔다.
다음으로 플라스틱이다. 만들 때나 폐기할 때 환경호르몬을 방출한다. 4년 동안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1조 파운드에 달했다. 병원 소각로에서 불태우는 정맥 주사 용기는 다이옥신을 배출하는 경우도 있다.
새로 산 차에서 나는 냄새에 들어 있고, 고기를 싸는 랩 속에도 프탈레이트계물질이 들어 있다. 합성가죽이나 접착제, 화장품, 염색약에 들어가는 현색제, 살충제에 들어가는 분산제, 방충제, 향수 등에도 들어 있다. 식료품 포장 용기와 유아용 분유병과 깡통의 안쪽에도 가소제인 비스페놀 A가 들어 있다. 피임약, 호르몬 대체 약품, 불임 치료약, 합성 에스트로겐 제제 속에도 환경호르몬이 들어 있다.
그 외 플라스틱 제품들, 세제 등 환경호르몬은 어디에나 있다.
환경호르몬은 그대로 형태를 유지한 채 유기체 안에 머물면서 조직 속에 쌓여간다. 그리고 영향력을 발휘한다. 과학자들은 사람들의 조직 세포에 머무는 화학물질들이 400개가 넘는다고 한다. 1세기 전까지는 하나도 없었다. 현대인들은 화학 물질의 바다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환경호르몬은 오염된 공기와 물 그리고 토양과 물 속에서 자라는 모든 먹거리를 통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쌓인다. 환경호르몬은 기술문명의 역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환경호르몬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어떻게 집을 유지해야 하며 호르몬 제제는 어떤 식으로 복용해야 하는지를 알고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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