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언론 인터뷰에서 “교육정책을 관장하고 최종 결정을 하는 사람은 교과부 장관”이라며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의 방안은 정책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는 제안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는 사교육 세미나를 열어 내신 절대평가, 대입에서 고1 내신 제외, 수능과목 축소, 학원 교습 시간 규제 등의 대책을 제시했다.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4월 말 “처절하게 붙겠다”며 학원 심야교습 금지 방안을 들고나온 이래 사교육 대책을 둘러싼 여권 내 알력은 갈 데까지 갔다. 안 장관은 곽 위원장 발언에 “전두환 대통령 시절처럼 정책을 내놓고 강압하는 식으로 돌아갈 위험이 있다. 곽 위원장이 앞으로 자제할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 여의도연구소 세미나를 주도한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은 당정협의에서 심야교습 금지 법제화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후 “교과부의 반개혁이 승리했다”고 했다. 정 의원은 “장관이 교과부에서 교육을 개혁하기 싫으면 나가서 딴 일 하시면 된다”는 말까지 했다.
사교육 경감대책을 위한 여권 내부의 심도 있는 논의와 그 과정에서 불거지는 건전한 논쟁은 긴요하다. 문제는 정부와 여당이 조율되지 않은 아이디어 차원의 방안을 성급하게 내놓아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사교육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도 사교육 잡는 묘책인 양 ‘내신 절대평가 전환’ 같은 설익고 섣부른 대책들이 불쑥불쑥 제시되고 있다. 이러다 교육을 더 망치는 게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정부와 정치권이 지혜를 모아도 모자랄 판에 티격태격하며 설익은 대책들이나 쏟아내니 혼선을 낳고 불신만 깊어진다. 학생·학부모들의 혼란만 부를 뿐이다. 당·정·청은 한심한 주도권 다툼을 중단하고, 사교육 경감을 위한 신중하고도 심도있는 협의를 진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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