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나 정신질환자 명의로 만든 속칭 대포 폰·대포통장 등이 전화사기 등 각종 범죄 악용되는 과정이 경찰수사로 여실히 드러났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15일 속칭 대포 폰 100여개를 만들어 시중에 유통한 서모씨(35) 등 4명 사기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고 달아난 최모씨(54) 등 2명을 같은 혐의로 쫓고 있다.
서씨 등은 지난해 9월 8일부터 3개월 동안 노숙자·정신질환자 등 27명의 명의로 173대의 휴대전화를 개설한 뒤 대당 20만원에서 30만원을 받고 판매하는 등 모두 7천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서씨 등 모집책 5명은 노숙자 등에게 밥을 사주는 수법으로 접근한 뒤 이들의 주민등록증·주민등록등본·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아 시중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하고 모 정보통신 판매점에서 휴대전화를 개설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씨 등은 개설된 대포 폰을 인터넷을 통해 판매하거나 평소 알고 있던 사기범들이 요구할 경우 일정 대가를 받고 건네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모 정보통신 판매점 업주는 일정 영업 수당을 챙기기 위해 이같은 불법을 묵인·방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포 폰은 전화사기 조직 등에 그대로 유입되는 등 다른 범죄에 악용된 것으로 경찰조사결과 드러났다.
남부서는 또 대포 폰을 사용해 부동산 사기행각을 벌인 김모씨(35)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다.
김씨 등은 지난해 11월 13일께 서씨에게 속칭 대포 폰을 구입한 뒤 이를 한달동안 사용하면서 모 부동산 실장을 사칭하는 전화를 11명에게 건 뒤 ‘공장을 높은 가격에 판매해 주겠다’고 속여 감정 평가비 명목으로 7천500만원을 챙겨 달아난 혐의다.
경찰은 김씨 등이 다른 사람 명의로 만든 속칭 대포통장을 사기행각에 사용한 점을 감안, 또 다른 대포통장 조직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속칭 대포 폰·대포통장 등이 각종 경제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며 “대포 폰 범람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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