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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벌없는 학교 만들기 |
2009년06월08일(Mon) |
| 이준구<주필, 시인> |
광주시교육청(교육감 안순일)이 1만3천여명에 이르는 광주지역 학교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20여일간에 걸쳐 ‘체벌없는 학교 만들기 연수’를 집중적으로 실시한다. 고무적 현상이다.
그것은 광주시교육청이 학년 초부터 존중과 배려로 인권이 꽃피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생활지도 기본 방향을 정하고 체벌 없는 학교 만들기와 그린마일리지 시범학교 운영, 학생 참여형 학교 생활규정 제·개정, 학생자치활동의 활성화 등, 학교 구성원 모두의 인권을 존중하는 새로운 학교문화 정착을위해 노력해 왔지만 최근 일선 학교에서 체벌 등으로 물의와 논란이 야기돼 학교현장에서 체벌 근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 대대적인 연수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선견지명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이에 대해 만강의 사의를 표한다.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특정 연수를 시행하기는 이번이 처음인 까닭이다.
시 교육청은 130여명의 초·중·고 교감과 생활지도 전문교사를 강사로 투입, 학교를 직접 찾아가도록 했다.
이번 연수는 동영상 강의 자료를 직접 활용해 체벌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사례, 인권 관련 언론 보도, 사회의 여론, 체벌을 대체할 수 있는 학생지도 방법 등을 강의한다.
또한 안순일 교육감의 당부를 연수의 마무리에 두고있는데, 안 교육감은 교육의 중심에는 반드시 학생이 있어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을 강조하면서 학생들을 믿고 기다리며 꾸중과 체벌이 없는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자고 했다.
이는 우리 교직 사회의 도덕 부재에서 온 것이라고 여겨진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교육과 학문을 도구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었다. 즉 전인격(全人格)의 완성보다는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획득수단으로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전통교육을 모두 버리고 서구식 교육을 하고 있다. 이는 중대한 오해다. 과거 서구 열강의 침략 앞에서 뜻있는 이들은 ‘동도서기(東道西器)’를 주장한 바 있다.
개발과 발전, 현대화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삶의 기반이 되는 전통교육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사랑하는 자녀들의 인격 완성을 위해 노력했던 옛 선비들의 정신을 십분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학생들을 가르칠 때, 남의 자식으로 생각하지 말고 내 자식으로 여기고 가르쳐야 한다. 그러면 가슴에 사랑이 샘 솟아 감히 체벌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이른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가 그것이다.
그러면 안순일 교육감의 교육관은 무엇인가? 민주교육인 역지사지(易地思之)·혁신교육인 실사구시(實事求是)다. 이런 교육관을 가지고 덕승재(德勝才)를 강조하고 있다. 덕승재란 덕(德)이 재주보다 낫다는 뜻이다.
그럼 덕(德)이란 무엇인가? 덕은 기능적(技能的) 개념인 동시에 도덕적(道德的) 개념이다. 덕의 기능적 개념을 강조한 것은 그리스 사상이요, 도덕적 개념을 역설한 것은 동양 사상이다.
먼저 그리스 사상에서의 덕의 개념을 생각해 보기로 하자. 그리스 사람들은 덕을 기능적으로 해석했다. 덕을 그리스 말로 아레테(Arete)라고 한다. 아레테를 영어로 엑설런시(excellency)라고 한다. 엑설런시는 우수성(優秀性)이다. 교사의 기능은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다. 학생을 잘 가르치는 교사는 덕이 있는 교사다. 하지만 학생을 잘 가르칠 줄 모르면 그는 교사로서의 덕이 없는 것이다.
덕은 기능의 우수성이요, 행동의 수월성이다. 무슨 일이나 잘하는 것이 덕이다. 이런 사상을 역설한 것은 철학자 소크라테스다. 그러나 유교의 덕의 개념은 다르다. 덕은 도덕적 윤리적 개념이다. 유교는 덕의 도덕적 측면을 역설했다. 우리 한국의 덕의 개념도 도덕인 것이다.
덕의 위대한 스승인 공자는 이렇게 말했다. 덕불고(德不孤), 필유린(必有隣). 덕은 외롭지 않다. 반드시 이웃이 있다. 덕이 있는 사람은 결코 외롭고 고독하지 않다. 반드시 그의 주변에는 이해자(理解者)와 공명자(共鳴者)와 협력자가 모여든다.
그러므로 덕이 있는 사람을 득인(得人)이라고 한다. 득인은 많은 사람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덕은 사람을 끄는 정신적 자력(磁力)이다. 사람을 모으려면 덕이 있어야 한다.
덕은 인격의 뼈대요, 사람의 근본이다. 사람은 건강도 중요하고 지식도 필요하고 재능도 있어야 하고 기술도 갖추어야 한다. 그러나 사람의 자질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덕이다.
안순일 교육감은 이런 덕을 많이 쌓는 분이라고 여겨진다. 교직 사회의 신뢰를 견고하게 다지고 합법성·합리성·투명성·공정성·객관성 등을 행정준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차제에 안 교육감에게 다음 몇 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첫째, 안 교육감은 ‘사제애(師弟愛)’ 도덕 교육을 교사들에게 교육해야 한다. 배우고 가르칠 때에 사제관계가 생긴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은 사랑과 정성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은 존경과 겸손의 마음으로 배워야 한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오가는 사랑이 사제애인 까닭이다. 우리는 사제애를 또한 교육애라고 일컫는다. 교육을 중심으로 맺어지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스승은 귀하고 제자는 사랑스럽다. 사제간에는 서로 진리애(眞理愛)와 지식욕(知識慾)과 교육적 의욕과 정열이 있어야 한다. 열심히 가르치려는 마음과 열심히 배우려는 마음이 없을 때 사제애는 성립하지 않는다. 진리와 지식과 기술의 수수(授受)관계를 계기로 사제애가 생기는 것이다.
사제애는 인간의 사랑의 체계에서 특이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것은 우정과 같은 대등(對等)관계는 아니다. 부자(父子)와 같은 상하관계다. 그것은 가르친다는 정신활동을 중심으로 성립하는 아름다운 인간관계다. 제자는 스승에 대해 존경과 감사의 심정을 느끼고 스승은 제자에 대해 사랑과 기대의 심정을 지닌다.
스승은 자기 제자의 대성(大成)을 기원해야 한다. 스승은 자기 제자가 더 훌륭해지기를 기원해야 한다. 순자(荀子)가 이른바 ‘청출어람, 청어람(靑出於藍, 靑於藍)’이 그것이다. 스승은 스승다운 마음을 가지고 스승이 가야 할 길을 가야 한다.
둘째, 안 교육감은 학생들에게 효(孝)교육을 해야 한다. 부모는 어린애에 대해서 신과 같은 존재요, 태양과 같은 위치이기 때문이다.
나를 낳아서 정성으로 키우고 한없이 사랑해 주신 부모의 은혜를 알고 보답하려는 마음이 효의 윤리다. 부모의 은혜를 알고(知恩) 느끼고(感恩) 감사하고(謝恩) 보답하려는(報恩) 마음, 그것이 곧 효심(孝心)이요, 효성(孝誠)이다.
부모에 효도하려는 마음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휴머니티다. 사람의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이다. 효자(孝字)는 늙을 노(老)와 자(子)를 합한 것이다. 자식이 늙은 부모를 업고 있는 모습을 상형했다. 우리는 효를 구시대의 구도덕이라고 일축해서는 안 된다.
광주시교육청 당국은 ‘체벌 없는 학교 만들기 위한 교원연수’에 대한 연구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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