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수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개원 93주년을 맞은 국립 소록도병원에서 열린 ‘제6회 전국 한센가족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과거 사회적 차별을 겪었던 한센인들에게 사과했다는 소식이다. 고무적이다. 그것은 현직 총리가 한센인 진료, 치료 기관인 소록도병원을 방문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한 총리는 치사에서 “대한민국 총리가 이곳에서 한센인을 만나기까지 참으로 오랜 세월이 걸렸다”며 “그동안 사회적 냉대와 차별, 편견 속에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어온 한센인과 가족 여러분에게 정부를 대표해 심심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지당한 말씀이 아닐 수 없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없지 않으나 천만 다행이다. 따라서 총리의 소록도 병원 방문이 1회성의 전시행정으로 멈춰선 안 된다.
MB 정부는 한센인들을 위한 ‘한센인 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 한센인 특별법은 국가가 한센인 피해사건을 조사한 후 피해자로 인정된 사람들에게 의료지원금과 기념사업비를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한센인들에게 과도한 피해 입증 책임을 지우는 등 한센인들이 실질적 혜택을 받지 못하게 만들어져 실효성이 없다.
이 법의 적용을 받아 혜택이 예상되는 한센인은 기껏 100여명에 불과하다. 전체 한센인 1만6천여명 가운데 1%도 안 되는 숫자다.
한센인 특별법은 피해 대상 및 범위를 국가가 직접 저지른 학살, 강제 단종, 부당한 감금·폭행·노동 등으로 한정한 것이다. 한센인들이 그동안 사회로부터 받은 피해에 견주어 볼 때 대상과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다.
당국은 반드시 국가가 한센인들에게 가한 인권침해에 포괄적인 책임을 지우는 방향으로 한센인 특별법을 개정하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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