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업선진화위원회가 어민들의 면세유 공급을 중단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어선 건조, 어구 제작을 지원하는 각종 수산 보조금도 폐지 원칙을 밝혔다. 전국 수산업의 약 30%를 차지하는 전남의 어민들로서는 큰 충격이다. 농업분야도 마찬가지로 보조금 등을 지원 중단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래저래 전남의 농어민들만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농수축산업을 선진화하고 농어업계의 대통합을 위한 민관합동기구인 ‘농어업선진화위원회’가 지난 3월 23일 출범해 가동되고 있다. 이 위원회는 농업보조금 개편 등 농업개혁 문제를 다루기 위한 위원회다. 출범 당시는 농어업 지원제도 개편, 소득안정 및 삶의 질 개선, 미래성장동력 창출 등에 맞춰질 것으로 농어업인들은 기대 했다.
그러나 농기업 육성과 같은 농업을 시장논리로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 돼 농어업인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위원회의 이러한 행보에 농어업인들은 강력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정부는 오는 6월 말까지 3개월에 걸쳐 농어업선진화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잡고 있어 농어민단체 관계자들은 ‘한심하다’는 반응이다. 또한 졸속적이고 친기업적이며 시장논리로 변질되는 우려의 결론이 도출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특히 전남도는 농업과 어업 종사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이다. 이러다 보니 가정 먼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위원회가 발표한 대책 등을 놓고 본다면 당연 피해는 예상돼 있다. 앞서 말한 수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보조금 지원 중단도 그렇고, 바로 이어서 보도된 화학비료 보조금 지원 중단도 그렇다. 또 쇠고기·돼지고기의 품질고급화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된 장려금도 폐지된다.
정부가 농업을 선진화 한다는 정책에는 이의가 없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농어촌 현실이 가족 중심의 생산기반이라는 걸 먼저 생각해야 한다.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규모화, 전문화에만 맞춰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괜한 상상이다. 농업보조금 개편이나 외부자본 유입, 대기업의 농축산업 진출, 대규모 농업회사 육성방안의 기본 틀이 모두 그렇다.
농업보조금 개편의 경우 경쟁력이 떨어지는 개별농가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기업농과 주업농 육성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비록 경쟁력이 낮더라도 가족농이 현실적으로 농업의 핵심적 주체이고, 농정지원의 주요 대상이 돼야 한다는 기존의 농정기조를 부정하는 매우 위험스런 시각이다.
더구나 농수산물 개방농정은 정부가 저질러 놓고 농어민들에게 한다는 말이 ‘농어민들이 정부를 의존하고 있다’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농어민들의 뇌리에 두고두고 한이 맺힐 말임에 분명하다. 이 말은 지난 4월7일에 있었던 농어업선진화위원회 워크샵 자료에 쓰여 있었던 문구다.
물론 자생력을 키우자는 부분은 이견이 없다. 그러나 우리 농촌 현실이 고령화 사회로 급변하고 있는 추세에 무슨 수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경쟁의 틈바구니를 버텨나가겠는가. 혹시 정부가 이런 경쟁력 약화를 빌미로 기존의 농정구조를 흔들 계획이라면 당장 논의를 그만두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우리나라 농어업의 근본적인 현실조차 감안하지 못하는 처사는 농어업을 두 번 죽이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전국 수산업 종사자 중 30%가 전남도에 기반을 두고 있는 상황에 각종 수산업 보조금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은 전남 수산인들의 어업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지난해 유가상승으로 인해 출어를 포기한 사례를 익히 알고 있지 않은가. 때문에 전남 수산업 분야의 생산 위축은 수산업 종사자들 소득 감소뿐만 아니라 공급 저하로 인한 소비자 가격상승으로 가계 경제에도 피해가 예상된다는 걸 알아야 한다. 결국 저질 수입 수산물이 판을 치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정부는 농어업선진화위원회를 통해 농어업보조금 개편이나 친기업적인 허울 좋은 농어업선진화 대책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우리 농어촌의 현실에 맞추는 대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발상은 좋지만 감당할 수 있는 방안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불과 3개월 동안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도 우스꽝스럽거니와 만약 지금 발표되고 있는 방안대로 확정 되어버린다면 농어민들의 반발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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