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농약 친환경농산물임을 인증하는 인증서가 신청한지 3일 만에 발급된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증절차기간이 42일 이내인 점을 감안한다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전남 순천에서 호박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 강모씨는 지난 3월 3일 무농약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 전남 함평 소재 ‘율산’이라는 친환경 인증기관에 토양, 수분, 열매(애호박)를 샘플로 제시했다.
그 후 3일 뒤인 6일에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증서가 발급됐으니 수수료를 보내달라는 통보를 받고 80여만원을 송금했다. 강씨는 인증서가 3일만에 발급된 것을 기쁘게 여기며 애호박을 학교급식에 납품했다.
그러나 그 기쁨은 10여일 후인 3월 20일께 무너지고 말았다. 농산물품질관리원 고흥출장소에서 샘플 채취 조사한 결과 잔류농약이 검출돼 무농약 친환경 인증을 취소를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강씨는 이에 대해 “어처구니 없다”며 “인증서 신청 당시 3가지 시료(토양, 수분, 열매)를 인증기관이 분석해 합격이 된 이유로 인증서가 발급됐을 텐데 농약처리도 하지 않은 애호박에서 잔류농약이 검출됐다니 기가 막힌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관련해 순천의 모 인터넷 N신문사가 최초 취재한 관련기사에 따르면 인증기관인 ‘율산’은 토양과 수분만 가져갔을 뿐 열매(애호박)는 가져가지 않았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연유로 애호박은 검사를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청인 강씨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분명 3가지 모두를 가져갔다”라며 일축하고 “말문이 막힌다”고 토로했다.
사건이 일어나자 농산물품질관리원 전남지원 관계자는 함평 소재 친환경 인증기관인 ‘율산’을 방문 조사했다. 조사 결과 애호박을 포함해 3가지 시료를 모두 가져간 것으로 확인돼 ‘율산’에서 애호박을 가져가지 않았다는 것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농관원 전남지원 관계자는 ‘율산’의 분석자료를 확인한 결과 열매에서 잔류농약이 검출 기록돼 있는 서류를 확인하고 ‘율산’을 추궁했다. 그 결과 인증서를 발급한 6일 당일에 잔류농약분석검사의뢰를 해 열흘 후인 16일에 잔류농약이 검출됐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인증서는 발급해 놓고 분석을 의뢰한 것이다. 이에 대해 ‘율산’ 측은 “실수다”라고 전해 친환경 인증기관의 부실한 실태를 드러냈다. 이와 관련 농관원 전남지원은 이번 사건을 농관원 본원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신청자인 강씨는 1년 전까지 오이 농사를 12년 동안 일궈오다 일손이 편한 애호박 농사로 작목 전환했다. 기존 오이 농사를 진행할 때도 저농약 인증을 받은 상태다. 그 후 애호박을 시작한 뒤부터는 농약을 일체 쓰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로 오이는 농약을 뿌리지 않으면 작황이 좋지 않아 할 수 없이 뿌리지만 애호박은 전혀 농약이 필요 없는 작물이기에 무농약 인증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1년 동안 농약을 당연히 뿌리지 않았으니 무농약 인증이 통과될 걸로 믿었던 강씨는 이번 결과에 당황했다. 이와 관련 농관원 관계자는 기존 오이 재배 기간 동안 뿌린 잔류농약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씨는 차리리 인증심사 기관인 ‘율산’에서 애초에 통과되지 않았다면 억울하지 않았을 텐데 수수료를 날린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1년 동안 인증신청을 못한다는 결과에 믿지 못할 인증기관이라며 한숨만 짓고 있다.
한편 지난해에도 엉터리 인증기관이 적발돼 검찰에서 대대적인 조사를 받았다. 심사를 하지 않고 인증서를 발급한 것은 물론, 분석 비용을 부풀리거나 출장비용이 허위로 청구되는 등의 이유다.
이런 연유로 전남도에서는 친환경 인증업체들의 과열 경쟁으로 인한 부실 인증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3월 각 지자체별로 1~2개를 선정해 업무협약하고 효율적인 대처를 시도하고 있으나 지자체의 적극적인 홍보 부족으로 엉뚱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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