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정책 혼선은 삼각파도 위에서 출렁이는 돛단배 같다. 정부 내에선 부처와 부처가 오락가락하고, 정부와 집권당은 손발이 맞지 않고, 당의 지도부는 지도부대로 의원들은 의원들대로 흔들린다. 이런 현상이 의견은 자유롭게 수렴하고 논의를 성숙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수용할 만하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정도가 지나치고 모양새가 투박하고 혼란스럽다. 특히 당이 보여주는 혼선은 더욱 우려된다. 당은 정부의 정책을 여과하고 법으로 실현하는 종착지이기 때문이다.
당의 홍준표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보여준 엇박자는 이런 혼선을 상징하는 것이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를 과감히 낮추는 정부안을 놓고 두 사람은 다시 충돌했다. 홍 대표는 한 라디오방송에서 “투기적 수요자에 대한 세금을 깎아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나는 경제관료 출신이나 소위 강남 출신 의원들과 의견을 달리한다”고 말했다. 홍 대표의 지역구는 강북(서울 동대문)이며 임 의장은 경기도 분당이다. 임 의장은 다른 라디오 방송에서 “양도세 중과는 노무현 정부 때 생긴 징벌적 과세”라며 “과도한 중과세로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으면 부동산 시장을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당정협의회가 부실해진 원인은 크게 보자면 정치한경의 변화다. 민주화 이후 대통령 권한이 작아지면서 입법부의 위상이 높아졌다. 대통령은 더 이상 집권당 총재가 아니다. 의원들을 줄세우던 돈 권력도 예전같지 않다. 따라서 정부 부처가 대통령의 이름으로 여당에 입법을 요구해 받아들여지는 시절이 지나가고 있다. 대통령부터 여당을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고 본다. 밀어붙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이제 명실상부하게 의원들은 각각 독립된 헌법기관이 됐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뜻을 위임받은 대표들이기 때문에 민주화와 함께 의회의 권한은 커지게 마련이다. 정치환경의 변화를 놓쳐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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