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결정으로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 임박 ‘논란’
'철거-원형 보존’ 학계·정치권 등 사회전반 확산
법원 결정으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부지 내 옛 전남도청 별관 철거가 임박해지면서 논란이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정치권 등 광주지역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철거’와 ‘원형보존’으로 광주지역 여론이 분열되면서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5.18민주화운동 제29주년 기념행사도 불투명해졌다.
16일 문화광주의 미래를 생각하는 교수모임(대표 류재한 전남대 교수)은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청별관 문제는 조성사업 초기단계에 결정된 사안으로 2007년 종합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이의를 제기했어야 할 사안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교수모임은 “전당건립 공사가 중단되면서 지역사회가 집단무력감을 경험하고 있다”며 “정부는 특별법에 규정된 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농성주체(5월단체)들도 절차적 민주주의를 존중해 이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지난 9일 광주·전남지역 대학교수 45명은 성명을 통해 “역사유적은 원형을 보전하는 것이 기본상식”이라며 이들과 상반된 의견을 냈었다.
교수들은 “5.18유적지인 옛 전남도청 별관 논란이 건물 철거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며 “5.18 피해자들이 도청별관 철거에 합의해 줬다고 시민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주장했다.
시민사회단체도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주·전남문화연대는 이날 오전 광주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5.18구속부상자회가 지난 2005년 12월 이사회와 2006년 1월 총회를 거쳐 문화전당 설계당선작을 수용했으며 5.18기념재단도 ‘아시아문화전당 건립부지내 5.18 관련 보존공간 활용계획안’을 만들면서 결과적으로 도청별관 철거를 인정했었다”고 주장했다.
또 문화연대는 “중요한 논의와 결정과정, 이후 많은 시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그 당시에는 문제제기가 없었던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당시 5월단체를 대표하는 분들이 이 문제에 대해 광주시민들에게 책임있는 답변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광주·전남진보연대와 광주·전남지역 공무원노조는 옛 도청별관 원형보존을 주장하며 범국민운동에 나설 태세다.
진보연대는 25일과 5월 9일에 시민결의대회를 갖고 5월 16일에 전국적 결의대회로 확산시킨다는 방침이다.
공무원노조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갖고 “옛 도청은 민주, 인권, 평화운동의 상징으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다”며 “각 나라가 땅속에 묻혀 있는 유물 발굴에도 끊임없이 힘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원형이 그대로 남아있는 유물을 철거하는 것은 기본상식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박광태 광주시장과 강박원 광주시의회 의장, 최협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위원장은 지난 9일 공동성명을 통해 “아시아문화전당 건립공사가 차질없이 진행돼야 한다”며 별관 철거에 무게를 실었다.
이처럼 별관 철거논란이 사회 각 분야로 확산되면서 다음달 예정된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의 차질이 우려되자 기념행사위원회가 사회 각 분야가 참여하는 원탁회의를 제안하고 나섰다.
기념행사위원회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념행사를 한 달여 앞두고 광주가 분란과 갈등 속에 표류하고 있다”며 “시시비비만을 가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만큼 이제라도 지역민의 뜻과 의지를 모아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같은날 광주흥사단도 성명서를 통해 “5월단체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모두 원형보존과 별관 전면철거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별관의 3/1 보존을 통한 ‘디귿자형’ 구도에서 합의점을 찾기 바란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한편 법원의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결정 이후 5월단체는 항고를 제기할 방침이며, 추진단은 5월단체가 기간내에 농성장을 자진철거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가압류와 형사고발을 제기할 방침이어서 ‘일촉즉발’의 충돌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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